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p81. ~ 다시 담배 한 모금 빨고 송아지 한 번 쳐다보는 식이다보니 담배를 계속 피워대 목이 칼칼하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기분이 좋아져 자신도 모르게 자꾸만 콧구멍을 벌름거리게 되어, 콧구멍을 벌름거리는 걸 사람들이 눈치 챌까봐 괜히 헛기침 한 번 하고, 헛기침을 한 번 만 하면 사람들이 헛기침이라는 걸 눈치챌까봐 한 번 더 하고, 그렇게 계속 담배 한 모금 빨고, 송아지 한 번 쳐다보고, 콧구멍 한 번 벌름거리고 헛기침 한 번 하고, 다시 담배 한 모금 빨고, 송아지를 한 번만 쳐다봐야 되는데, 아차! 자신도 모르게 두 번을 쳐다봐 할 수 없이 담배도 두 모금, 큼큼, 헛기침도 두 번, 콧구멍도 두 번 벌름거리게 되었다.

- 세상에 이런 다구빨이라니... ㅎㅎ

p99. 하지만 다른 건달들은 뭔지 모르지만 이번 일에 끼지 못하면 자신의 인생에 뭔가 큰 흠집이 난다고 생각했는지 서로 앞다투어 줄을 섰고, 또 뭔지는 모르지만 이런 중요한 건수에 끼지 못하면 앞으로 영원히 읍내에서 행세를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뭔지는 모르지만 일단 줄을 서고 보자는 집단 심리까지 더해져 불알 달린 사내들은 너나할 것 없이 나름대로 줄을 대고 정보를 교환하고 귀동냥이라도 하기 위해 삼삼오오 떼를 지어 다방으로 술집으로 당구장으로 몰려 다니느라 동천 경제가 반짝 활황을 맞았다.

p193. - 하긴, 처음부터 배신할 사람이 따로 있는 건 아냐. 배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는 거지. 그런데도 배신하지 않는다면 그게 바로 군자겠지. 하지만 세상에 그런 인간은 흔하지가 않아.

p240. 당시 여수는 일본과 홍콩에서 들여온 밀수품이 부려지는 중요한 거점으로 국제적인 밀수조직이 암약하던 밀수의 천국이었다. 오죽하면 여수에 가서 돈 자랑하지 말라는 말이 나왔겠는가!

p243.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자매는 그저 버스를 탄다는 사실에 들떠서 천진한 표정으로 즐겁게 재잘거리고 있었지만 등에 갓난아기를 업고 있는 아이들의 엄마는 뭔가 경계하는 듯한 눈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고 아이들이 다 크기도 전에 벌써 늙수그레해진 아버지는 초조한 표정으로 연신 담배를 빨아대고 있었다. 그들은 아마도 서울 변두리 어디쯤에 단칸셋방을 얻어 막막한 서울살이를 시작할 터이지만 그것이 이른 새벽, 무논에 들어갈 때보다 더 서늘하고 흙먼지 날리는 묵정밭을 맬 때보다 더 팍팍하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될 것이다. 속이 메슥거리는 매연 냄새는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고 자기 집에 들어가도 남의 집에 온 듯 낯설어 몇 해도 가기 전에 오매불망, 꿈에 본 내 고향을 그리워하겠지만 한 번 등진 고향땅을 다시 밟기는 어려운 법, 아직 동도 트기 전 까마귀 시체가 널린 듯 연탄재로 온통 시커매진 골목길을 밟으며 고단한 일터로 나갈 때마다 자꾸만 발이 허방을 짚는 듯 불안하고 허전해 어쩌다 운 좋게 술이라도 한 잔 얻어 걸치면 사는 게 도대체 이게 뭔가, 싶은 기분에 자꾸만 눈물이 날 것 같지만 그래도 믿을 거라곤 그저 늙어가는 몸뚱이 하나뿐, 낡은 자전거 페달을 돌리듯 체인이 끊어질 때까지 찌든 육신을 돌리고 또 돌려야 할 터였다.

- 아아아, 이런 삶의 통찰!

p246. 종태와 나는 홍콩에 간 삼촌을 생각하며 카세트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쿵푸 파이팅>을 자주 들었다. 그것은 이소룡이 죽은 이듬해 자메이카 출신의 남자가수 칼 더글라스가 발표한 노래로 빌보드 차트의 정상을 차지할 만큼 세계적으로 히트한 곡이었다.

p248. Blue eyes crying in the rain - 올리비아 뉴튼 존 http://blog.daum.net/kimjangyul/15704000

p250. 망아지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모르는 올리비아는 늘 울상이 되어 제발 그만하라고 애원하곤 했지만 그럴수록 아이들의 가학성은 더욱 심해져 끝내 그녀가 훌쩍거리며 교실을 뛰쳐나가고 나서야 장난이 끝이 나곤 했따. 그리고 그렇게 상황을 파탄 낼 수 밖에 없었던 자신의 용렬함과 무능력,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은밀한 사랑을 혐오하며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병신새끼! 병신새끼! 하며 자신을 저주하곤 했다. 누가 그랬냐고? 주로 내가 그랬다.

p261. - 공산당보다도 더 나쁜 애들이야!

그리고 올리비아는 교제도 챙기지 못한 채 울면서 교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공산당보다도 나쁘다는 건 도대체 어느 정도로 나쁘다는 것일까?

- 음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