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보이는 것만 믿니?>, 제목이 범상치 않은 느낌입니다.

제목만으로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이 책에는

포비와 딩언의 존재를 믿는 켈리앤을 통해 또 오팔을 좇는 라이트닝 리지 마을의 사람들을 통해

보이지 않지만 느낄 수 있는 것, 다른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지만 누군가에게는 삶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가

담겨있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받는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되는 애슈몰과 라이트닝 리지 마을 사람들을 따라 이야기를 읽어내려가다가

어느 순간 가슴이 턱, 막히는 느낌이었어요.

아이세움의 신간 책을 받아보고 정말 오랜만에 아이를 위한 책읽기가 아닌 나 자신을 위한 책읽기를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답니다.

살아오며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상상속의 그 무엇이 존재했을겁니다.

포비와 딩언을 찾으러 광산에 간 아빠를 도둑으로 몰아세웠던 시드 아저씨에게도 이름과 형태만 달랐을 뿐 상상 속 친구가 있었으니까요.

그 어떤 상황에서도 무조건 내 편이 되어주고,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는 내 상상 속의 친구.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할까봐 혹은 어디로 사라져버릴까봐 말하지 않고 꽁꽁 숨겨둔 나만의 친구.

정말 이 책 덕분에 오랜만에 나만의 상상 속의 그 친구가 떠올랐어요.

감수성이 예민하던 제가 힘든 일을 겪었던 그 시절, 어쩌면 지금의 저를 있게 해 준 소중했던 그 친구를 그동안 어쩜 그렇게 까마득히 잊고 지냈을까요?

책 덕분에 딱딱해졌던 제 머리와 차가워졌던 가슴이 말랑말랑해지고 뜨거워지는 느낌이었어요.

한동안 아이와 책놀이 하던 글만 쓰다가 오랜만에 책리뷰를 하려니 생각보다 손이 참 더딥니다.

생각을 글이 따라가지 못해 머릿속의 이야기들이 글로 전달이 되지 않고 있어 답답하기도 하구요.

게다가 전 친절한 리뷰어는 되지 못해서 책의 내용을 담지도 않는 편이에요.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이 궁금하실 분들을 위해 출판사의 책 소개글을 담아 봅니다.

≪너도 보이는 것만 믿니?≫는 포비와 딩언이라는 상상 속 친구들을 둔 어린 소녀 켈리앤과 오빠 애슈몰의 이야기입니다.

동생의 상상 속 친구들의 존재를 전혀 믿지 않던 오빠 애슈몰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반드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진실을 깨닫는 과정과,

다른 사람의 믿음을 지켜 주기 위해 기꺼이 시간과 마음을 쏟고 결국 자신도 그 믿음을 인정하게 되는 사람들의 따뜻하고 넓은 마음이

호주의 외딴 광산 마을 라이트닝 리지를 배경으로 아름답게 그려집니다.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얼마나 용기 있게 행동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며,

모두 안에 자리한 개인적인 특이성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믿음이 삶을 얼마나 고귀하게 하는가에 대한 우화 같은 이야기입니다.

작가 벤 라이스는 이 작품으로 영국작가협회가 해마다 가장 훌륭한 작품을 내놓은 작가에게 수여하는 ‘서머싯 몸 상’(Somerset Maugham Award)을 수상했으며, 이 작품을 바탕으로 영화 ‘오팔 드림’(Opal Dream)이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두 번째 책읽기를 하기 전, 다시 한 번 표지를 살펴보게 되었어요.

전 책 표지가 분리되는 책은 항상 그 겉표지를 벗겨내고 책 자체의 표지를 들여다보곤 하는데, 오늘은 제목만 보고 책읽기에 급했던게 확실해요.

이제야 책표지를 들여다볼 여유가 생겼으니..

제목부터 센스 있는 걸 보니 책표지에 신경을 많이 쓴 게 확실해요.

겉표지에는 포비와 딩언의 이름만이 보이는데, 속표지에는 포비와 딩언의 모습이 보입니다.

지금은 라이트닝 리지가 있는 이 땅이 한 때는 전부 바닷물로 덮여 있었고 지금은 화석이 된 온갖 종류의 바다 생명체들이 바위 속에서 발견되곤 한다는 말도 기억났다. 마른 땅에 불과한 이 곳이 한 때 바다였다는 게 얼마나 이상한 일인지 생각만 해도 등줄기를 타고 전율이 흘렀다. 그리고 갑자기 이 놀라운 일이 진실이라면, 포비와 딩언도 진실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p.77)

책 표지는 이 책의 배경이 된 라이트닝 리지를 배경으로 책 속의 내용을 모두 알뜰하게 담아내고 있었어요.

포비와 딩언을 찾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과 딩언이 참여했던 오팔공주대회의 모습, 교회와 무덤 등

책을 읽은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암호 같은 그림들이어서 그림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재미있더라구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의 내용도

모두가 밤이라 부르는 담요가 포근하게 라이트닝 리지를 감쌌을 때, 라는 예쁜 문구도

책을 읽은지 이틀이 지난 오늘까지도 묵직하게 저를 누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에요.

잊고 있던 그 무엇을 일깨워주는 소중한 책과의 만남 덕분에 여운이 쉬이 가시질 않네요 ^^

당신에게도 삶의 어느 순간에 '포비'와 '딩언'이 있었나요?

아니, 지금 당신의 곁에도 '포비'와 '딩언'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