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밖에 모르는 바보라 하여 일명'서치(書痴)’라고도 불렸다는 이덕무.
그러나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그의 글을 읽어 본 적 이 없었다.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그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책제목도 한몫을 차지했다.

"깨끗한 매미처럼 향기로운 귤처럼"
제목만 읽어도 고아한 선비의 향취가 물씬 전해져 오는 이책은
이덕무의 시와 산문에 이르기까지 그의 글전체를 두루 포괄해
선집으로 묶은 것이기 때문에 지루하지도 않고
그의 삶과 문학에 대해 더 깊이 알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그는 서얼출신으로 벼슬에 나아가 뜻을 펼칠수 없었고
또 가난하고 병치레를 자주 하였음에도
늘 책읽기를 멈추지 않았으며 선비의 본분을 지킨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의 글을 다른사람에게 보여주기를 싫어하여
상자속에 단단히 넣어놓거나 불살라 버리기까지 하는 괴벽을 지니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 그는 정많고 따뜻한 사람이었으며
어린아이, 처녀와 같이 순수하고 참된 마음으로
안분지족의 참뜻을 아는 사람이었다고 생각된다.

그의 글을 읽어나가면서
오래전 돌아가신 외할아버님이 떠올랐다.
외할아버님과는 겨우 2번의 만남이 있었을 뿐이고
그것도 어린시절의 이야기라 할아버님과 나누었던 대화마저 없는 듯하나
할아버님 방안에 가득히 쌓여있던 책들에 대한 아련한 기억과
일본 동경대 출신으로 학문에 대해 열정이 대단하여
독학으로 무엇이든 모르는게 없으셨다던 우리엄마의 추억이
나에게 외할아버님을 선비의 모습으로 기억하게 만들었다.

언젠가 보았던 한자가 빼곡히 적힌 외할아버님의 창작시조집때문에
더욱 이덕무와 할아버님의 모습이 겹쳐졌는지도 모르겠다.
할아버님이 자신의 글을 읽으면서 "허이, 좋다. 좋구나"하고
좋아하셨다는 얘길 듣고 어린 마음에 웃었는데
이덕무 역시 다른사람에 보여주기위해 글을 지은게 아니고
스스로 즐거워하고 찬미한다고 하였다.
이 아니 학문의 즐거움을 하는 사람이 아닐까.

옛날 선비들은 수묵화를 그릴 때도
대상을 마음에 담아 그 대상이 되고자 하였다.
이와같이 생각해 볼때 글이란 그 사람의 마음이니
글을 읽으면 그 사람 됨됨이도 알수 있는 것.

이덕무. 그의 글은 그가 바라던 대로 선귤(蟬橘)
매미와 같이 깨끗하고 귤과 같이 향기롭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