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 계간지 아시아 22호, 이번 호의 특집은 [당대 작가 4인으로 보는 중국 현대 문학의 풍경]이다.   실은 바로 이 특집호의 내용때문에 이번 호를 만나는 일이 반가웠다.   요 몇 해부터 중국 현대 문학을 읽는 일에 재미를 들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국 문학이 재미나게 읽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을 두고 중점적인 이야기를 듣는다면 좀더 중국의 현대 문학을 이해하는 일이 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가진 것이다.

 

  당대 작가 4인으로 보는 중국 현대 문학에 그 이름을 올린 작가는 모옌과 옌렌커, 츠즈젠과 주원잉이다.   모옌은 [술의 나라]를 쓴 작가이고, 옌렌커는 [딩씨 마을의 꿈]을 쓴 작가이다.   낯설지 않은 작가들이어서 더욱 반갑다.   이 책에 실린 모옌의 작품은 [하늘을 나는 신부]라는 단편이다.   원하지 않은 남성과의 결혼을 위해 온 신부가 그 결혼식에서 도망쳐 나오면서 새처럼 하늘을 난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제일 마지막 대사였는데, "죽었어요? 몸에 정말 날개가 나 있던가요?" 라고 주위에 몰려든 사람들의 웅성거림이었다.   신랑의 입장에서 참으로 기가막힌 사람들의 호기심이지 않은가.   당사자의 아픔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고, 오로지 가십적인 호기심만을 우선하는 그 주변 사람들이라니....

 

  이 네 작가의 작품 중에서 정말 재밌게 읽은 것은 츠즈젠의 [돼지기름 한 항아리]였다.   세 아이의 엄마이면서 라오판의 아내인 여인은 남편이 일하는 곳으로 이사를 가려고 한다.   그녀는 살고 있던 집을 돼지기름 한 항아리와 바꾸게 되는데, 돼지기름을 판 훼다옌은 나눠먹지 말고 오로지 그녀만 이 돼지기름을 먹으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여하튼 이야기는 이 여인이 온갖 궂은 여정에서도 돼지기름 항아리만은 신주단지 모시듯이 끼고서 남편을 찾아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목적지를 코 앞에 두고 그만 돼지기름이 담긴 항아리를 깨부수게 되는데, 그 허망함이라니....헌데 이 사건에 아주 큰 의미가 숨어 있을 줄은 진작에 몰랐다.   힘든 여정을 끝내고 남편을 만나게 되는 여인, 행복하게 살아가면서 사내아이를 낳기도 한다.     마을의 추이따린이 결혼을 앞두고 있다.   그는 금반지에 마름모꼴의 에메랄드가 박힌 반지로 청잉에게 청혼을 하고 그녀 역시 그 반지에 반해서 결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둘 사이에는 아이가 생기지 않고 또한 청잉이 반지를 잃어버린 후에는 넋을 놓으며 죽게 되고 만다.   그런데 우연찮게 다시 찾게 된 반지, 하지만......

 

  이 4인의 작가들에 대한 평론은 중국을 대표하는 비평가 류짜이푸와 우이친이 해주고 있어, 작품에 대한 이해와 작가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으며, 왕상위엔을 통해 중국 문학의 특성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다.   또한 한국의 중국 문학 전문가들이 모여 중국 문학에 대한 토론을 벌이는 내용도 담고 있어 요즘 일고 있는 중국 문학의 인기를 집어주고 있다.   난 사실 중국의 현대 문학들이 문화대혁명을 그 배경으로 하는 일이 잦은 것이 더 재미났었는데, 물론 처음에는 그들의 시대적 배경의 모습들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 배경 속의 사람들의 모습은 아시아적 정서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라 더 인상적인 부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신화와 전설을 통한 중국 문학을 만날 수도 있으며, 중국의 도시 베이징에 대한 단상을 담은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더불어 중국의 현대시와 몽골시인의 시, 스리랑카 시인의 시 등도 만난다.   처음 앞 부분에서는 3.11이후의 일본에 대해 향한 시선을 담은 강상중 씨의 특별 기고도 읽을 수 있다.   문예 계간지라는 것을 읽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내가 흥미롭게 생각해왔던 중국 현대 문학을 다루고 있는 이번 호였기에 더욱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으며, 좀 더 중국 문학을 이해하는 일에 깊이 있는 시선을 가질 수 있게 된 시간이었다.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