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저자가 이 시대의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글쟁이 26인과 가진 인터뷰를 담은 것이다.   좋아하는 작가도 있었고, 작가의 책을 읽어 낯설지 않은 작가도 있었으며, 그 명성으로 익히 알고 있던 작가도 만날 수 있는 반가운 시간의 두근거림을 안겨준 시간이었다.

 

  이 시대의 작가들을 작품이 아닌 그들이 내뺕는 소리 속에서 만나는 즐거움은 살랑살랑 귓끝을 스치는 봄바람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작품을 읽다보면 작가가 그리워지고, 그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 다시금 그의 작품을 찾게 되는 것이 독자라는 생각을 한다.   그 일방적인 그리움만을 쌓아오다가 이렇게 작가의 인터뷰집이라도 만나게 되면 마치 갈증 속에서 만나는 우물의 버들잎 동동 떠 있는 한 바가지의 물을 만난 느낌이 든다.   그리움이 목까지 차올랐지만, 허겁지겁 그 그리움을 달래면 채할 수 있으니 버들잎 호호 불어가며 천천히 그림움을 달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이런 작가와의 인터뷰를 가지는 시간이 아닐까싶다.   작가들을 만났지만 만났다고 그리움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독자와 작가란 언제나 서로를 향한 그리움을 가슴에 간직한 채 살아가야 하는 관계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에 작가와의 인터뷰로 그들을 더 가까이 만나는 행복을 누리게는 되었지만 그들 전부가 아닌 그들의 일부를 만나는 그러나 멀찍한 걸음에서가 아니라 숨소리 들어가며 있는 그 가까움의 거리에서 만나는 시간이란 생각이 들었다.

 

  책은 저자가 작가들의 작품들을 들려주고, 작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작가의 삶과 문학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해주고 있다.   고은 시인을 시작하여, 권지예, 김윤영, 김주영, 김탁환, 전경린, 정현태, 정호승, 조정래, 함민복 시인 등 작가님과 시인들인 26인을 만나는 피곤하지 않는 여행길의 발걸음들을 놓아들게 한다.

 

  윤후명 작가님은 술과 문학을 삶의 전부하고 여기며 살아오셨다고 저자는 말한다.   두 번의 이혼 후였음에도 그에게 손을 내민 한 여인, 지금의 부인 덕에 지금의 당신이 있다고 말하는 작가이다.   "절망과 고통이야말로 진정한 스승이야.   인간으로서 꼭 해볼 만한 길임을 믿고 오로지 매진해야 돼.   그리고 문학적 충전은 항상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지" /154쪽   이라고 후배들에게 조언을 남기는 작가이다.  

 

  많은 사람들이 정호승 시인의 시를 사랑하는데, 정작 시인은 시를 잘 모른다고 말한다.   삶이 뭔지 모르고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기에 시 역시 알지 못한다는 시인, 그런 그이기에 더욱 그를 사랑하는 독자들인 것 같다.   그에게 시적 공간이 되었던 곳은 외할머니댁이 있던 경주라고 한다.   그가 시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중학생시절 선생님이 노력하면 훌륭한 시인이 될 수 있겠다고 말씀해준 덕분이라고 한다.   까까머리 중학생시절부터 시인의 꿈을 꾸었던 시인은 시를 어머니와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26인의 문인들을 만난 이 시간은 그들의 곁으로 한 걸음 더 옮겨 앉은 시간이 되었다.   그들이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생각하는 문학을 듣고 저자를 통해 그들의 작품들을 이해하면서 저자를 통해 만난 그들이었지만 이 셋의 만남이 더 정겨웠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