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신부로 살아왔던 사람이 슈퍼마켓 점원이 되었다.   충격적인 삶의 변화라고 수근수근댈 수 밖에 없는 사건이지 않은가.   안정적이고 안전했던 직업인 신부라는 위치를 버리고 세상 속으로 뛰어든다는 것, 한때는 신부와 신자 사이였던 사람들이 슈퍼마켓의 계산대에서 돈을 거래하는 세상살이의 모습을 연출하면서 살게 된다는 것, 참 멋쩍을 것 같은데, 이런 사건이 일어나고 말기도 한다.

 

  신부였던 그가 그 직업을 버리고 다른 직업을 가지는 일도 쉽지만은 않았다.   여러군데의 면접을 봐야했지만 늘 통보없는 불합격의 현실이었던 것이다.    여하튼 그는 슈퍼마켓의 점원이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은 바로 그가 슈퍼마켓의 점원으로 살면서 직장 동료와 손님들과의 에피소드들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슈퍼마켓, 모두들 그곳을 평생 직장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더 좋은 곳으로 가고싶어 하는 동료들, 하지만 여전히 그곳에 남아 슈퍼마켓의 점원으로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다.   참 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사실 처음 책을 읽으면서는 누가 누군지 자꾸 헷갈리기도 하고 기억되지도 않고, 너무 많은 사람들의 이름을 외워야 한다는 것도 곤혹스러웠다.   그렇다고 딱히 인상적인 사건의 이야기가 있어 기억에 박히는 그런 류의 책도 아니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특출나게 인상적인 사건이 없었다는 것은 결국 이 책에 등장하는 그들이 모두 우리들의 일상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긴 소설이 아니라 저자가 직접 경험한 삶의 한 부분의 이야기이니 평범한 우리 이웃의 이야기이니 그 평범함이 이 책의 매력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 이웃의 이야기라지만 무미건조하게만 채워진 일상들은 아니다.   사실, 삶이라는 것이 더 드라마틱한 부분이 있지 않은가 말이다.   슈퍼마켓에는 자주 도둑이 든다.   점원들은 안전을 원하고, 상사들은 소동을 원하지 않는다.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들의 주인공은 슈퍼마켓 노조 위원장이기도 한데, 그는 점원들을 대변하지만 매니저는 슈퍼를 대변한다.   이익 창출만을 추구하는 슈퍼를....

 

  점원들은 동료인 브라이언이 마법사라고 말한다.   그의 아이큐는 131로 레오나르도 다빈치보다 4점이 적다.    그는 위카라는 마법 숭배 종교를 갖고 있다.   모하메드는 로즈메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브린은 도둑들에게 납치되었었지만 오히려 해고를 당한다.   슈퍼마켓 점원들은 손님이 찾는 물건이 마침 없을 때, 다른 물건을 사게 유도하는 대화의 매뉴얼이 있다.    

 

  우리 이웃의 이야기들이 있다.   슈퍼마켓에서 지금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20년간 신부로 살았던 사람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기, 그는 신부였지만 교회를 진지하게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나 역시 종교란 신을 믿는 것이지 신을 모신 집회소를 믿는 것은 아니란 생각이다.   그는 신부직을 그만두고 슈퍼마켓 점원이 되었다.   그가 경험한 슈퍼마켓에서의 이야기, 그가 슈퍼마켓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우리 이웃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그것은 스스로 있다고 믿으면 얻게 되어 있어.   하지만 스스로 다른 사람에게 힘을 양도하면 당연히 자신에게는 그 힘이 없게 되는 거지.   스스로를 믿으면 우리에게도 힘이 생기는 거라고.   /8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