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빛으로 물든 천이나 감잎물이 베어진 천이 빨랫줄에 펄럭이며 바람에 살포시 나부끼고, 햇살에 그 몸을 내맡기는 모습은 천연염색의 아름다움과 평화스러움을 느끼게 해주는 순간이라는 생각을 하고는 했다.   천연염색으로 만들어진 색의 소박한 자태는 욕심부리지 않는 삶을 살아가라 말하는 느낌도 들었다.  

 

  이 책은 패션 디자이너가 되려고 뉴욕행 비행기를 탔었던 저자가 천연염색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곳에서 자신의 세계를 찾고자 한다.   천연염색의 세상에 뛰어든 저자, 한국의 색을 찾아나선 길의 이야기가 그려져 있다.   천연염색을 하는 사람들을 지역 방방곡곡 다니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적어낸 것이다.   그들과의 이야기 속에서 떠오른 이미지들의 색을 오방색과 오간색에서 들면서 말이다.

 

  저자가 처음 소개한 곳은 대구 반짇고리이다.   끊임없이 도전하는 김순자 선생님을 만나고, 백색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고 있다.   서천 두메산골물듬이, 예산 일송공방, 동해 잇꽃공방, 부산 백송천연염색, 서울 아라가야, 담양 두레박, 광주 푸른나무 등등 저자가 한국의 색을 찾아나선 그 길은 천연염색에 대한 지식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시간이기도 했다.  

 

[노동을 반복한다는 것은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삶이다.   말없이 자연환경에 순응하며 사는 것이 아름다운 삶일 수 있는 것처럼.  /131쪽]

 

  천연염색이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책을 보면서 자연이 내는 색을 가진다는 일이 어려운만큼 숭고한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음양오행으로부터 오방색을 얻고, 오방색을 섞어 얻어지는 오간색이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흰색이 섞인 붉은색은 홍색으로 오방간색이다.   홍색은 청색과 함께 사용하면서 양과 음을 나타내었다고도 하고, 감물 염색의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법도 나왔다.   천연염색을 하면서 친환경 농사를 짓는 부부, 적색과 흑색을 섞어 만든 자색....천연염색에 대해서 완전히 무지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이나마 천연염색의 길을 걸어가본 느낌이 들었다.   자연 속에서 그 색을 찾아 삶을 꾸리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우리의 색을 찾아 나선 저자, 천연염색이라는 것은 자연을 내 안으로 베어들게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