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나는 사랑이 어떻게 여럿일 수 있느냐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사랑은 하나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명 문인들은 생을 살아가면서 단 한번의 사랑만을 하지 않는다.   그들은 더욱 감성적인 사람들이고, 더욱 사랑에 열려 있는 사람들이라서인지 여럿 사람을 만나 사랑한다.  

 

  이 책은 우리들이 익히 이름을 들어 알고 있는 그래서 그 이름의 익숙함에 반가운 문호들의 사랑이 등장한다.   단테,  도스토옙스키, 괴테, 빅토르 위고, 보들레르, 루 살로메, 에드거 앨런 포, 보부아르와 사르트르를 말이다.   이들의 사랑이야기 중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것은 바로 루 살로메이다.

 

  어린시절 루 살로메가 릴케와 정신적인 사랑을 나누었던 동거인이라는 이야기를 설핏 들었던 어렴풋한 기억 속에서 만났던 루 살로메의 사랑 이야기는 너무나 흥미로웠다.   세계의 지성인들이 사랑한 여인 루 살로메, 사진으로 보면 그다지 이쁜 얼굴처럼 느껴지지 않는데도 왜 문인과 지성인들은 그녀를 사랑하고마는 걸까.   일흔을 넘긴 나이에서도 자신보다 훨씬 어린 연하남의 품에서 임종을 맞았다는 루 살로메의 치명적인 매력은 무엇이었는지 그녀는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존재였다.   난 그녀의 남성 편력을 탓하고싶지도 않았고, 이기적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여성편력이 심했던 문호들을 생각한다면, [물론 책에서도 만날 수 있지만] 도대체 그녀의 남성 편력이 무슨 죄가 된다는 말인가.   그리고 그녀는 사랑을 구걸했던 여인이 아니라 그녀의 매력에 남자들이 굴비 꿰어 놓은 듯 줄줄이 딸려 오는 것을 어쩌랴, 너무 잘난 루 살로메를 탓하리오, 그것은 이유일 수 없다.   여하튼 잘난 여인 루 살로메를 니체도 사랑했고, 릴케도 사랑했고, 프로이트도 사랑했다.   다만 그녀가 단지 형식적인 남편과 40여년을 이혼도 못한 채 살아간 것과 원하지 않았음에도 남편과 함께 합장된 것이 너무 슬프게 느껴질 뿐이다.    이번에 루 살로메의 사랑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녀의 매력에 완전히 반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참 멋진 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성과 평등하기를 바랐고, 남성의 종속물이기를 거부했던 여인, 나는 그녀가 철의 여인처럼 느껴졌다.

 

  사실, 사랑의 진모습은 헌신적인 것에 있다.   한 여인을 사랑하여 가족들로부터 금치산자 선고를 받은 남자, 보들레르.

  그가 사랑한 여인은 그를 사랑했을까.   보들레르는 잔느를 위해 모든 돈을 바쳤고, 잔느는 방탕한 여인이었다.   그녀가 생애의 말년에 초라하게 병들었을 때에도 보들레르는 그녀를 병원에 입원시킨다.   잔느에게 헌신적이었던 보들레르, 잔느 이후에 다른 사랑을 만나게 된다.   

 

  세계적인 문호들의 사랑이야기를 만난 이 시간이 너무나 즐거웠다.   사랑이 다가왔고, 사랑을 했던 그들, 너무도 흥미로운 시간이었고, 그들의 모습을 더 가깝게 만난 느낌이 들었다.   거장들의 스캔들은 뜨거웠다.   그 뜨거운 사랑을 글에 녹여냈던 우리들의 문호들, 그들의 사랑 이야기가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