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작 일본영화 <Love Letter>. 러브레터 하면 나는 제일 'His Smile'이란 곡이 맨처음 떠오른다.

영화에서도 처음 등장하는 곡이 바로 이 음악이다. 여주인공이 눈덮인 산에 누워있던 장면, 참았던 숨을 토해내며

눈을 뜨던 모습, 이윽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 하얀 눈 위를 걸어내려가면서 깔리던 묵직한 그 음악 'His Smile'...

그 장면이 아직도...생생하다! 나에게 이 음악만큼 이 영화만큼 강하게 뇌리에 남은 것은 없다. 왜일까.

 

지금까지 수많은 영화를 극장에서 보아 왔지만, 나중에 DVD로나 TV에서 그 영화를 다시 접했을 때, 그 영화를

집에서 봤는지 극장에서 봤는지 가물가물할 때가 있다. 극장에서 본 것은 물론 기억은 하고 있다 하나 커다란

스크린으로 보았던 그 '감흥'이 잊혀져서 그런 것일 거다. 심지어 두 번 보았던 <타이타닉>조차도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냥 그렇다.(영화와 음악이 주는 묘하게 슬프고 아련한 느낌을 생각하니 <러브레터>외에, <타이타닉>이

뇌리에 떠올랐다) 그렇게 스펙타클하고 웅장했던 영화였고, 당시 너무나 감명깊게 보았음에도 다시 보고싶단

생각은 이상하게 들지 않는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취향이고, 기분이다.

 

음악또한 마찬가지다. <타이타닉>의 OST도 물론 좋아했었다. 특히 그 아일랜드 전통악기랬나 그 악기연주곡들의

신비스럽고 향수에 젖게 하는 음악들이 좋았다. 그런데 지금까지 내가 즐겨듣는 음악은 이 <Love Letter>의 Original

Soundtrack들이다. 조그만 극장에서 숨죽이며 감상했던 당시의 느낌과 감동이 지금까지도 음악으로 기억되고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이제는 눈이 많이 내리면 빙판길을 걸어다닐 생각에 몸서리를 치는 낭만없는 사람이 되어

버렸지만, 영화속 하얀 눈과 음악의 향취는 아직도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고, 아련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러브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