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나 책을 읽을때 어떠한 개인적인 구조나 관점을 가지고 바라보지 않는편이다. 그 문장과 단어들 속에서 배열된 구조와 인물간의 관계, 갈등 모두 작가가 나름의 의도로 구성된 하나의 건축물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나는 그 건축물의 내면설계부터, 어떤 목재를 이용하여 어떤 건축가가 완성하고 설계 했는지 생각할 여유도 없고, 필요도 없다. 그 안에서 내가 앞으로 살게될 모습들을 상상하면 된다. 아침에 일어나서 기지개를 펴는 순간, 어린시절의 수많은 첫 경험에서 오는 당혹함들. 그리고는 조용히 그 건물에 들어가서 나를 향유한다. 그리고는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그곳에서 나는 뛰놀고 일상에 녹아든채, 책장을 덮으면 된다. 잔향이 남는다. 내가 보지 못했던 부분들, 다시금 돌아보게 만드는 소중한 것들을 그리워 하면 된다. 형식과 구조의 틀에서 바라보지 않는다는것이 어쩌면 내 일관된 관점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 순간 내가 들어가서 과장되고 지나치게 설계된 모델하우스의 착각이 아니라면 말이다. 

은희경의 데뷔작 '새의 선물'은 그런 구조를 살펴보고 싶지 않게 만드는 소설이다. 이야기는 조곤조곤 속삭이고, 그 안에서 스치는 농담과 진지함은 일종의 잔잔한 파도처럼 자연스럽게 균형을 이루며 지나친다. '네 발밑의 허공', '그 도둑질에는 교태가 쓰였을 뿐'등 재치가 넘치고 각각의 장에서 다루는 이야기들을 사색의 단어들로 구성해 제목을 정해진 부분이 눈에 띈다. 어린 초등학생 주인공을 화자로 바라보는 세상의 단면과 표면은 그 자체로 살퀴듯 토막 내어져 떡하니 놓여진다. 그 잘라진 기쁨과 슬픔의 잔상들을 주인공은 당황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무디지도 않게 솔직하게 담아낸다.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회적 통념의 왜곡 속에서, 그 이면을 바라보기 시작한 주인공은 자신이 왜 그렇게 바라보게 될 수 밖에 없었는지 ？슷떳？면서 소설은 시작되고, 이 다양한 에피소드와 사색의 기록들이 막이 내릴 때 쯤, 우리는 이 소녀의 앞날을 상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희망적 메시지로 끝을 ？쓴？ 기존 소설들과 달리 이 소설은 그 삶의 이면을 끊임 없이 관찰하고, 실오라기 처럼 예민하게 움직이는 감정의 실가닥들을 섬세하게 관찰해서, 그 결론을-주인공의 앞 날-을 고로 관객들에게 이입한다. 한권의 책이 끝나는 순간, 그 책은 나로하여금 다시 시작 되는 인생의 과제를 조곤조곤히 던져 주고는 서서히 물러선다. 만나게 된 사람들. 떠나는 사람들. 그리고 사랑하게 된 사람들. 처음 사랑하게된 사람을 봤을 때 느꼈던 그림자 너머의 심장 두근대는 소리만큼 적당한 굴곡을 거치며, 위아래로 요동치는 주파수를 따라 무뎌지는 감정의 부질없음을 소심하게 내뱉은건 아닌가 생각해봤다.

슬픔을 마주할 때 유일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소녀가 슬퍼하는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사랑했던, 행복했던 순간의 딱 그만큼만 슬픔이 나를 사로 잡기에, 그 가운데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유난히 처량해 보이는 사랑하는 오빠의 어깨에 기대 우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없다는것.

우리는 서로의 입을 한손으로 틀어 막은채, 삶이라는 더할나위 없는 덧없음을 한손에 쥐고서 버스 승강장의 한 구석에서 떠나게 될 바퀴의 뒤 꽁무늬를 바라보고 있지는 않을까? 그곳의 행선지는 애초에 중요하지 않았다. 버스에 올라탈때 느껴지는 발걸음의 무거움과 가벼움, 딱 그만큼만 우리는 불안함과 확신이라는 삶의 양면 속에서 허덕이고 있었다. -ozwonsu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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