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나는 왜 작가가 남자일지도 모른단 사실을 한번도 생각지 않은 것일까.

언제나 여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굉장히 독특한 시선을 가진 여자.

[태양의 탑] 이 책을 읽고서야 겨우 작가가 남자일지 모르겠구나, 생각했다

이토록 변태스럽고 지저분한 일화들과 익숙한 남자.

그러고 보면 지금껏 다른 작품의 주인공들도 뭔가 살짝 나사하나쯤 풀린, 사건 사고를 끌고다니는 남자들이 주인공이었던거 같은데....

으흠..

작가가 남자건 여자건 작품을 읽는데 하등 영향을 미치지 않을 터인데 나는 참으로 집착적으로 한가지 생각에만 골몰하고 있었다.

모리미 도미히코의 작품이 좋다.

가끔 -이 작품도 그중 하나가 되어버렸다- 스스로 말하듯 망상이 폭주하여 제어되지 않을 때는 지루해지기도 하지만 거의 대부분 읽고나면 유쾌해져서 좋다.

책을 읽으며 낄낄대는 것이 참 좋다. 약간의.. 시대극을 떠올리게 하는 말투도 좋다. 나도 예전에 이런 놀이 하고 놀았으니깐. 도대체 뭘 말하고 싶은거야? 이런 구질구질한 녀석들! 책을 읽으며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좋다.

뭐든 좋은 게냐?

할 말이 없다. 아무래도 그런 거 같으니까. 물론 한 권, <펭귄 하이웨이>란 책은 그의 책이 아닌 듯 낯설어서 실망스러웠던 기억이 있지만.

그런 생각도 해본다. 일본 소설은 너무 가벼워서 책을 읽고 나면 남는 게 없다고 싫어라 하는 사람도 있던데, 이 책은 그냥 가볍기만 한 것이 아니라, 유쾌하게 읽고 난 후 잔상이 남기 때문에 그렇게 무시할만한 작품은 아니라고. 가볍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내가 즐거우면 그만 아닌가, 작가의 작품은 항상 그렇게 즐겁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다시금 선택하게 된다고, 변명하고 싶다고나 할까. 물론 가볍기만 한 소설도 분명 있지만, 그것이 일본 소설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나쁜 점만 찾지 말고, 좋은 점을 찾아내길 바란다.

그리하여 나는 이 작가의 작품은 계속 찾아 읽을 거라 말하겠다.

작가가 남자든, 여자든, 외계인이든 하나도 중요치 않아 하면서.

그나저나... 바퀴벌레 부분. 압권이었다구요. 읽는데 마치 내 옆에 바퀴벌레들이 풀려나온 거 같아 움찔했다니까요. 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