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요리사라는 것보다, 가수 싸이의 누나라는 것보다 내 기억 속의 그녀는...

<도쿄 산책>과 <낭만 제주> 속에서 저자보다도 더 기억에 남던 그녀였다. 저자보다 더 독특한 모습으로, 저자를 옴싹달싹 못하게 하는 느낌을 풍기던 그녀가, 이제 그녀의 목소리를 낸다. ‘파리’를 배경으로.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그녀가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위의 두 책 속의 그녀는 읽는 이의 손발을 오글오글거리게 만들만큼 ‘낭만’만 추구하던 사람이었는데... 조금은 대책 없고, 조금은 아이같은 모습이었는데... 내가 만들어놓은 ‘그녀상’과는 많이 다른 모습의 그녀에게서 나는 ‘낯설음’을 느낀다. 그렇게 책읽기는 시작되었다.

 

파리에서 보낸 편지라면서 누구에게 보내는지와 같은 편지글의 형식을 취하지 않는다.

첫불만은 그거였다. 두번째는 파리에 대한 소개를 하면서 그곳에 어떻게 가야하는지 지도 서비스가 없다는 점. 어떤 장소를 읽을 때마다 나는 머릿속으로 ‘여긴 어떻게 가야하는거야? 몇 번 가본 사람만 아는 곳이야? ’ 이렇게 툴툴대고 있었다. 낯설음과 불만을 오가며 책장넘기기를 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 그것보다 더 큰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내가 왜 그렇게 툴툴거리는지.. 내가 왜 그렇게 낯설어 하는지.. 깨달았다고나 할까?

그 감정은 ‘질투’가 아닐까 한다.

그동안 알려져 왔던 파리의 겉모습이 아니라 조금더 안으로 들어가 파리를 볼 수 있는 그녀의 안목에 대한 부러움에, 간간히 보이는 아름다운, 혹은 특색있는 인물 사진을 보며 그녀 뒤에 든든히 버티고 있는 ‘사진작가’에 대한 부러움, 두 사람에 대한 질투심, 그저 ‘흥흥.. 호호.. ’ 뭐 이런 귀여운 것만 강조할 줄 알았는데, 파리의 문화와 요리와 역사나 이야기를 무리없이 늘어놓는 것에 대한 부러움까지.. 모조리 그렇다.

 

이쯤되면... 나는 제대로 이 책을 평가할 수 없다. 그러니 별 셋. 중간.

왜그리 조금 줬냐고 하면... 질투심 때문에 라고 대답할 것이다. 직접 읽고 당신은 어떤 기분이 들더냐 물어볼 것이고.

하지만... 책을 읽고 이런 기분이 드는 거 별로 좋진 않다는 생각이다.

어느날파리에서편지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