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를 원작으로 한 <밤을 걷는 선비>가 얼마 전에 티비에서 방영된 적이 있었다. 판타지 사극이라고 할 수 있었던 작품에는 조선시대의 뱀파이어가 남자 주인공으로 나온다. 그와 마찬가지로 이번에 읽은 작품 <내 도도한 항아리>에는 죽었으나 어떻게 죽었는지 몰라 천상으로 가지도 못하고 항아리에서 7년간 잠을 잔 백함이 천민 수생에 의해 깨어난다는 것으로 시작하는, 역시 판타지 사극이다.

 

수생에게는 남몰래(아니 거의 모두가 알지만 묵인하는) 연모하는 대원군인 신성군의 양자 능창군이 있다. 능창군을 알지 못하는 처자는 있을지언정, 한번 보면 빠지지 않는 처자는 없을 것이라고 하듯 그의 생김생김이 눈부실 정도의 꽃미남이다. 뿐만 아니라 학식이면 학식, 인품이면 인품, 활쏘기, 말타기까지 못하는 것이 없을 정도의 출중한 사람이다. 단, 왕족이되 왕이 되지도 못하며, 게다가 왕의 견제까지 받고 있어서 이복 왕족들의 죽음처럼 자신도 죽을지 모르는 비운의 왕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를 연모하는 마음이 커서 인연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수진궁의 소원 들어주는 귀신에게 소원을 빌던 밤, 실수로 항아리를 깨트리고 그 안에 잠들어 있던 백함을 깨우게 된다. 자신이 어떻게 죽은지 모르는 백함은 항아리를 깨트린 수생과 필연적으로 붙어 있어야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둘은 서로 원하는 바를 이룰 목적으로 즉, 수생은 능창군의 혼례를 깨트리게 하고 자신과 인연이 닿게 하는 것으로, 백함에게는 자신의 죽음의 이유를 알게 하는 것으로 둘의 계약은 성립된다.

 

그러나 약속만 하고 나타나지 않는 백함을 기다리다가 백함의 약속대로 능창군의 혼례가 파기되었는지 확인할 요량으로 그 집에서 서성인다. 예전에도 능창군으로 변신한 적이 있었기에 백함이라고 판단되는, 능창군의 겉모습을 가진 자에게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고 따져 묻는다. 그러나 백함이 아닌 진짜 능창군인 것을 알게 되고 능창군은 수생을 기억하게 된다.

 

며칠 후 인왕산 아래의 활터에서 활쏘기 대회인, 편사대회에 참석한다는 것을 능창군이 흘린 소식을 통해 알게 되고, 수생은 남장 차림을 하고 참석하게 된다. 활터에서 수생임을 알게 된 능창군. 지난번 수생을 만났을 때 자신에게 한 이야기의 진위를 수생을 통해 듣게 된다. 그 사이 백함은 수생을 가까이 해야만 몸의 원기가 회복되는 것을 알게 되고 그렇게 둘은 티격태격 싸우듯 서로 가까워진다.

 

상궁으로 있는 당고모 덕분에 아버지 흥복은 사당관리를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고, 따라서 아무리 바른 행동을 하더라도 말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수생은 아버지를 도우려 사당을 자주 드나들던 착한 심성의 소유자다. 뿐만 아니라 한번 물면 끝까지 놓지 않기도 하고, 수줍은 듯 하지만 씩씩하고 용감한 수생(守生). 그런 그녀의 이름도 성품도, 하나씩 능창군의 마음에 들어온다.

 

1권에서는 수생이 능창군과 말 한번이라도 나눠보고 싶은 마음과 더불어 시대가 시대인 만큼 혼례는 올리지 못하지만 인연만이라도 닿고 싶어 사당의 귀신이라도 붙잡고 싶었던 그녀의 간절함이 그려졌다. 연이 닿으려고 했던 것인지 마침, 7년간 잠들어있던 백함이 자신이 갖혀 있던 항아리가 깨지는 바람에 나오게 되고 그 둘은 서로 원하는 바를 이룰 목적으로 의기투합했다. 수생과 능창군, 백함의 이야기는 때로는 설렘으로, 때로는 코메디처럼, 또 때로는 사뭇 진지하게 이야기가 이어진다. 다음 권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백함은 자신이 죽은 이유를 찾고 천상으로 향하게 될까. 능창군과 수생은 또 어떻게 될까.

 

내 도도한 항아리 2권 : http://book.interpark.com/blog/ohboys1/42410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