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적 문학시간에 달달 외웠던 책이름, 안국선의 금수회의록.
  원전에서 간추린 내용으로 읽었을뿐이고, 그 책의 의미를 파악해서 문제를 풀었을 뿐인 책을 고정욱 선생님의 글을 빌어 새삼 읽게된 감회만으로도 책에 대한 느낌은 상큼한 식초같다. 게다가 예상을 넘어서 고정욱 선생님의 깔끔하고 부드러운 문체는 책을 술술 넘어가게 하여 화룡점정 역할을 하는 참기름과도 같다.

  동물들이 하나씩 넘어가며 나와 인간세상을 비꼬는 말을 하는 전개는 약간 지겨움을 정도의 반복적이다. 그러나 그 동물들이 나와서 풀어가는 말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지금의 세상과 틀릴 게 없다. 원전은 읽지 않았지만, 아마도 작가의 마음이 많이 반영되지 않았을까? 이 책이 나온 출판된 시기 또한 아이러니하게도 그 옛날 지어졌을 때와 너무나 닮았다. 정치는 정치대로, 자식은 자식대로, 질서는 점점 깨어지고 사회는 점점 믿음을 잃어가고...... 

  읽으면서 마음이 참 아프다. 우리가 겪는 일들이 늘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더 나아질 수 없는 문제인가?  우리 후세들에게도 이런 모습만을 담아 또 보여주어야 하는 건가? 지구에서 수십억의 생존 수를 자랑하면서, 그 안에서 수천만으로 존재하는 우리네 나라 인간들의 모습은 영영 지금의 모습으로 그쳐야 하는 건가? 

  고정욱 선생님의 말씀처럼 세상은 별로 변한 것이 없지만, 눈을 크게 뜨고 올곧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틀림없이 더 나아지고 좋아질 거라는 희망을 가지는 것밖에는 할 것이 없는 것같다. 조금 더 노력한다면, 까마귀만큼 효도하고 개구리만큼 분수를 지킬 줄 알며 벌만큼 정직하게 생활하고 파리만큼 제 동포를 사랑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힘과 거짓이 다시 지배하는 지금의 시공간에서 무력함을 느끼는 백성이 고정욱 선생님의 말로 따스한 위안과 용기를 얻어가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