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널 겁주려 할 때,

  가장 먼저 마음을 읽어 줘야 해.

  그럼 절대로 더 괴롭히지 않을 테니까.

  가끔씩 어떤 누군가는 "고마워."라며 인사말도 건넬 테니까.

 

  이 책을 읽기 세 시간 전 즈음, 우리반 아이와 문자를 주고 받았다.

  "선생님, oo이가 학원에서 다른 학교 애들에게 저를 찐따라고 했대요."

  " 그럼 정중하게 하지 말라고 부탁해보지."

  " 그래도 소용없어요. 뒷담하고 욕하고...차라리 대꾸하지 않는 게 나아요."

 이 책을 먼저 읽었더라면 위의 싯구로 답문을 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이가 찾은 방법에 해 줄 말을 못 찾았었다.

 

  딴 이야기로 시작하였다. 하지만 이 책은 이렇게 읽는 이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림이 주는 위압감, 그것이 가장 큰 매력포인트다. 속표지의 물고기 질감은 종이와 다름을 표방하며 좀더 비밀스러운 책으로 만든다.  칼포니아가 읊조리는 싯구들을 이어보면 참 따뜻하며 우리에게 희망을 줄 메시지이기도 하다.

 플로리다 울창한 숲마을에 사는 칼포니아는 시를 좋아하며 강아지인 버기 호스와 늘 함께 한다. 물고기를 잡아 파는 아버지는 물고기가 잡히지 않아 걱정이시고, 모두가 다 힘들어가고 있다는 사실도 아울러 알려주신다. 칼포니아는 숲 속에서 가장 지혜로운 알버타 아주머니를 찾아가 비밀의 강에는 물고기가 아주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으로 나간다.

  중심 소재인 물고기는 그림의 일부가 되어 지속적으로 화면에 숨어 있다. 나무의 잎에도, 칼포니아의 얼굴에도, 액자에도 나타나면서 칼포니아가 물고기를 얼마나 얻고 싶어하는지를 표현한다. 코 끝을 따라가기만 하라는 방법이 한심스럽기는 했지만, 강아지 버기 호스와 함께 칼포니아는 묵묵히 코끝이 가리키는 대로 따라간다.

  정말로 많은 메기들을 만나게 되고, 실유카 이파리에 꼬치처럼 주렁주렁 엮어서 집을 향해 돌아오게 된다. 두려운 대상인 부엉이, 곰, 검은 표범을 만나 메기를 나눠 주고 무사히 숲을 빠져나온 칼포니아는 알버타 아주머니에게도 물고기를 나눠드리고서야 집으로 돌아온다.  딸이 잡아온 물고기들을 아빠는 외상으로 다 나눠주고, 사람들은 기력을 얻어 일하고 번 돈으로 물고기값을 지불하면서 조금씩 마을 사람들의 형편도 좋아진다.

  다시 비밀의 강을 찾으려던 칼포니아는 찾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알버타 아주머니는 마음 속에 있는 강이라며, 눈을 감아보라 하신다.

 

  비밀의 강은 내 마음 속에 있네.

  언제든 갈 수 있는 그 강.

  알버타 아주머니의 말은 모두 맞았지.

  하늘에는 황금빛 물결이 너울너울

  강에는 옥빛 물살이 출렁출렁

  강, 강, 비밀 속에 감춰진 내가 사랑하는 강

 

  결국 다른 사람을 향한 사랑이 비밀의 강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고, 원할 때만 보인다. 형편이 나아졌을 때에는 보이지도 찾을 수도 없다. 약간은 음침하고, 어둡고, 몸을 이겨낼 기력도 없을 것같은 이 책의 주요 색채가 현실이라면, 그 현실 속에서도 지나치게 욕심내지 않고 하나에 만족하는 부엉이, 곰, 검픈 표범, 알버타 아주머니, 마을 사람들 모두가 우리의 모습이 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거기에는 기꺼이 나눔을 선택한 칼포니아와 칼포니아의 아버지가 계셨다. 오늘날 우리를 어둡게 만드는 요소가 경제적 빈곤이라면 그 빈곤은 서로 나눔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기력을 차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는 듯하다.

 오늘날 미국의 빈부격차에 대하여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100명이 있다면 8명이 굶고 있었는데, 나머지 사람들이 조금만 나눠주었다면 오늘날과 같은 격차가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라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있는 자들은 없는 자들의 없음에 대하여 '무능'이라고 단죄한다. 무능하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를 고민하면 있는 자들의 있음이 순순한 있음이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될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있는 자들이 더 가지려한다면, 절대 비밀의 강은 보이지도 않을 것이며 우리의 마을의 일부는 더 힘들어질 것이다.

  입체같은 책표지의 그림부터 시작하여 그림으로 멋지게 마무리되는 책이지만, 이 책이 주는 메시지는 책의 그림처럼 참 강렬하다.

하지만, 보지 않으려 한다면 비밀의 강은 볼 수 없기에 안타깝다. 칼포니아처럼 시인같은 감성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어린 아이가 아닐지라도 이웃의 어려움을 조금 더 돌아보고 가진 것을 나눌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숲 속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사회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아는 분이 그러셨다. "나도 명품백 갖고 싶지. 그래서 남편 졸라서 100만원 받아서 사려했는데, 도저히 못 사겠는거야. 김밥이면 1000원짜리로 백 명이 먹을 수 있는 거잖아." 결국엔 못 사셨단다. 우리의 행위가 때로는 한 사람을 위한 행복도 필요하다. 하지만 물고기의 가치가 한 사람을 위하기보다는 여러 사람을 위했을 때 모두가 행복한 것처럼, 그런 삶을 우리 사회가 지향하기를 알려주는 책이다.

  고학년과 함께 하면서 배려와 나눔을 이야기하면 더 좋을 그림책이며, 경제주의에 빠진 성인들에게도  적극 권한다.

비밀의강, 인디스쿨, 사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