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교육이 주된 관심사다. 그 다음은 책이다. 그러므로 교육을 다룬 책이라면 사죽을 못 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교육만을 관심과 대상으로 다룬 책은 그리 많지 않다. 초등교육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오늘날 대형서점에 가보면  사교육의 방법, 부모의 교육방법, 어떻게 하면 특목고와 대학을 잘 갈 수 있는가 하는 자녀교육과 학습방법에 관련한 책들이 훨씬 많으니, 초등교육의 현안을 드려다보는 책은 더 적어보인다. 그래서 현재 우리 교육의 현장을 다루는 우***출판사의 책은 출판되는 대로 읽어보곤 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출간된 대교아동학술총서는 나같이  교육을 업으로 삼는 이들에게는 교육을 업으로 하는 이들에 대한 격려와 넓은 안목을 전해주는 즐거운 소식이라 할 수 있겠다.
   ’일본의 아이디어 발상교육’은 제목에서 연상되듯, 일본의 창의성 교육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일본의 제품들을 좋아한다. 자동차, 문구류, 소형가전, 물병, 미용도구, 하다못해 반찬통까지 ’Made in Japan’을 아주 좋아한다. 디자인이나 성능이 좋다. 다만 대부분 가격이 비싸서 구입하는 것은 몇 안 되지만, 그들의 제품엔 뭔가가 있다. 다이소와 같은 가게를 가 보면 아기자기한 물건들도 많고, 별로 필요도 없을 것같은 물건들도 만들어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럴 땐, 왜 저런 것까지 상품화했을까라는 생각도 했는데, 이 책에서 그 궁금증을 풀었다.
   이 책의 전제는 일본의 창의성 교육이 우리보다 나음을 말한다. 그리고 배울 점은 무엇일까? 학교 현장(주로 초등-창의성의 중요한 시기이므로)에 접목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를 제언한다. 저자 3인이 교수와 현직초등교사로 이루어져 있는 점을 미루어보면, 이 책이 꽤나 학교 현장을 반영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초등에서의 미술 교육의 문제점은 참으로 시원하게 지적되어 있다. 결과 중심의 작품표현이 중심이 되고 있으며, 교실의 작은 책상 하나를 공작교실삼아 작품을 만들다보니 어느새 선그어져버리는 아이들의 사고력. 과정을 중심으로 평가하기보다는 결과에 의존하는 면이 많은 것은 과정을 충분히 제공하지 못함에 따름이며, 지나치게 친절하게 안내되는 교과서의 형태까지. 아이들과 미술을 하면서 느꼈던 힘겨운 점들을 글로 접하니, 반가움이 절로 생긴다. 나또한 다양한 재료들을 아이들 스스로 준비하게하기보다는 교실수업에 적당한 것, 손쉽게 준비할 수 있는 것, 수도가 없어서 물사용이 적은 것 등 여러가지 환경적인 요소들을 고려하여 미술활동을 제안하는 식이 많았다. 예를 들면, 크레파스로 친구 얼굴 그리기(굳이 크레파스가 아니어도 되는데), 호일로 움직이는 사람만들기(호일이 아니어도 되는데) 등 작품성, 재활용과 전시가 가능한 활동이 되도록하는데 그 선택의 요소가 되었지, 이 활동을 통해 아이들의 창의성(아이디어발상)을 얼마나 확장시킬 수 있을가에 대한 고민은 별로 없었다. 두 시간 활동 중에 한 시간 내내 생각만 하며 밑그림을 못 그리는 친구에게 얼른 생각하고 시작하라고 한 적도 여러번이다. 실제로 그런 친구들은 해마다 있으며, 그림을 잘 그리거나 미적표현 능력이 좋은 친구들이 그렇다. 참으로 나쁜 교사인 셈이다. 
    도화공작수업의 사례가 소개되어 저학년과 관련된 활동들을 살펴보았다. 단순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구체적인 것들이 소개되어 있거나, 이미 우리가 하고 있는 것들도 소개되어 있다. 여러가지 표정으로 바뀌는 얼굴도 간단하게 만들면서 아이들과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가장 관심을 끈 것은 고학년 아이들이 하는 ’1박2일 내 집 만들기’였다. 다 하고 나면 그 집을 지고 가는 모습이 웃기기도 하며 달팽이집처럼 재미있어보인다.  학교 안에 준비된 큰 화실(도화공작실)도 부럽기만 하다. 창의성은 문제해결능력이므로, 미술 활동을 통해 다양한 문제들과 더불어 공부하는방법의 교육, 인성교육까지 겸하고 있다. 그렇다. 교육이란 교과 중심으로 따로따로 있는 것들이 아닌데, 자꾸 우리나라는 쪼개고 나누고 진단하며 평가하여 초등교육까지 입시의 발판을 만들고 있다. 자꾸 시험보고 주지교과를 강조하는데, 어떻게 마음대로 상상하며 체험할 여유가 있겠는가?  참으로 서글픈 대한민국이다.
   나는 실용적, 합리적, 경제적인 일이나 물건을 좋아한다. 일본인들이 만들어낸 물건들을 보면 굳이 필요없는 물건들도 많다. ’아하, 정말 저거 아이디어 괜찮은데!’ 그 느낌뿐이다. 그러나 그들은 거기서 생기는 약간의 편리함을 사용할 줄 알거나 재미나 유머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만족할 줄 안다. 실용이나 합리와는 거리가 멀더라도 일상에서 그들에게 활력을 주는 것이 바로 발명이고, 발명이란 그들의 끊임없는 기발한 발상으로부터 오는 것이다.
  책에 소개된 작품만 보더라도 우리 아이들의 작품이 더 우수해보인다. 그러나 거기에는 교사의 개입이 많다. 개입하지 않는 교사, 친절하지 않은 교사가 되기만 해도 아이들의 아이디어가 훨씬 더 많이 발산되지 않을까? 1학년 아이들에게도 나는 자신의 생각을 말로 하기보다는 작품에 담으라고 한다. 누군가가 말하면 대여섯명은 들은 내용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비슷한 작품을 만든다. 교사가 시범을 보이게 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친절하게 재료를 다 준비해주고, 여기서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고 하는 것도 결과물은 좋을 줄 몰라도, 아이들의 기쁨은 덜할 것이다.
  내일 아이들과 송편을 만들기로 했다. 지난 주에 송편을 직접 만들어 먹었는데도, 교과서에 제시된 찰흙으로 만들기를 아이들은 그냥 넘길 수 없는 것이다. 송편은 무엇으로 만들까? 색깔 때문에 지점토로 하고, 소는 고무찰흙을 잘게 잘라서 해야겠다. 준비물은 교실에 있는 것을 최대한 이용해야겠다. 송편을 접을 접시는 색종이를 미리 접어서 준비해놔야겠군. 이렇게 구상하다보니, 아이들 의지나 생각과 상관없다. 단위시간 안에 이쁘게 만들고 깨끗하게 감상하는 것이 더 중요 요소가 되어버린다. 다정도 병이고, 교사의 준비도 병이다. 창의성에는 분명 병인데, 어찌 고칠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