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제목과 멋진 그림. 이것으로 이 책을 다 설명할 수 있겠다. 글이 없는 그림책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건 지나친 나의 편견이고 독단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사람의 독자로 내가 느끼는 건 그랬다. 사이에 끼워져 있는 독후활동 안내도 좋지만, 이 책의 기획 의도가 지나치게 용어나 학습적인 면이 아니었을까 그것때문에 책의 색깔이 바랜듯하여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우주에 사는 한 토끼가 지구에 온다. 희한한 공들을 만나며 그것들을 결국 자기가 사는 나라로 다 가져가는 이야기다. 그 속에 공놀이 중 몇몇 경기에 대한 설명이 있다. 하는 방법, 공, 선수의 수.  출판사의 책 소개에서 나오듯 이 책은 정보를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를 다분히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정보가 서술하는 것으로만 전달되는 것인가?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다보면 글이 매끄럽지 않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토끼의 서술이 아니요, 아이들의 서술도 아니요, 제3자적 관찰로 이루어지고 있다. 토끼가 일기를 쓰는 듯한 구성으로 보이는데, 글의 느낌은 꼭 그렇지도 않다. 모르는 토끼가 알게된듯한 문체가 아니요, 잘 알고 있는 누군가가 알려주는 듯한 설명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어주면서 아이들은 토끼를 찾는다. 그러나 잘 보이지 않는다. 그저 공이 좋아 공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자꾸 알려주려고 한다. 단식이니 복식이니가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일까? 혼자서 하기도 하고, 둘이 같이 하기도 해라고만 하면 안 되는 걸까? 토끼를 찾아 그림을 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그다지 구성에서 그 의도는 있어보이지 않는다. 숫자와 어려운 용어가 더 중요하게 보이니까. 낯선 경기의 이름을 재차 알려주다보니, 아이들에게 느끼게 하는 책이라기보다는 단순한 지식을 알려주는 책의 색깔이 짙어진다. 

   커다란 그물이 등장하자, 아이들은 토끼가 그것을 다 우주로 가져갈 것이라고 한다. 1학년 아이들이다보니, 앞뒤의 이야기를 금방 읽어낸다. 다 읽고나니, 그 다음엔 어떻게 되었어요?라고 내게 묻는다. 글쎄, 토끼가 그것으로 무얼 했을까? 만약 지구에 공이 다 없어져서 토끼에게 하나만 달라고 한다면 무엇을 말하겠니? 셔틀콕이요, 탁구공이요~ 아이들의 생활관 관련있는 공이 가깝게 느껴지나보다. 책을 옆으로 읽는 게 아이들은 가장 신기했나보다. 선생님, 책이 길어요^^ 그러다보니 글은 보여주지 않고, 그림만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해도 충분하다.

  책읽기를 끝내고 무슨 독후활동을 할까 하다가 공놀이를 택했다. 교실에 있던 소프트볼로 우리 놀이 오재미를 가르쳤다. 방법을 잘 몰라, 아이들이 공격 선수들이 가운데로 들어오기도 하고, 피할 선수들이 가장자리까지 나가기도 했다. 그것이 오재미인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된다. 아이들이 공으로 즐거운 경험을 하면 되니까. 

  이 책이 유아나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책이라면 굳이 설명의 방법이 아닌 이야기식 서술이 어땠을까? 토끼가 알게 된 것을 그날그날 쓰는 일기형식을 완전히 갖추었거나, 아이들과 토끼가 대화하는 방법....글이 딱딱하다. 이 생각이 나만의 잘못된 생각이라면 좋겠다. 그러나 '공'만 가지고 쓴 책으로서, 공과 공 경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기에는 그림이 괜찮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