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고 즐기다가 갑자기 이야기가 끝나버렸다.  그림책이 짧은거지~머리로는 되는데, 이 책을 읽고나서는 안 되었다. 좋아하지 않는 고양이, 낯선 경극 이것이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가깝지만 잘 모르는 나라 바로 중국의 작가인 킴 시옹의 글과 그림, 우디의 그림이 만들어낸 책이다. 중국 문화 이야기를 이렇게 유쾌하게 만들어낸 저자들이 우선은 존경스럽다. 어떤 교훈도 없이 그저 엉뚱하고 귀엽기만 한 책이다. 그림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일은 고양이를 무섭게만 느끼는 내게는 새로운 자극이기도 했다. 고양이가 이렇게 귀여운 구석이 있었나?

   사람들이 없는 까만 밤. 그 자체가 고양이들에게는 무대이다.
   그들이 장비, 유비, 조조 등의 역할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조연과 주연들이 열연을 하고 있는데, 무대 쪽에서 한 아주머니(방해꾼, 사람)가 문을 열었다가 닫는다. 그러나 이 일로 장비는 연기의 맥이 끊기고 만회하던 조조도 실패하게 된다. 방청객 또한 실망하여 돌아가게 되고, 사회자는 다음 날 공연에 대한 홍보를 잊지 않는다.

   조조의 눈동자 속에 들어있는 장비의 모습, 핏줄같이 선 조조의 눈동자같은 세세한 그림은 이 책을 그림으로만 읽게도 한다. 목판 그림같은, 때로는 세밀화같은 다양한 그림은 페이지를 넘기는 재미를 보탠다. 우리말로 번역하면서 글자들은 하나하나 춤추는 고양이의 말이 되고, 서체 또한 고양이의 이미지를 최대한 담으려고 한 것같다.

  저녁이면 동네 어디에서든 보는 고양이는 무서움의 대상이었다. 나에게 달려들지는 않을까! 소리를 듣는 것도 불편한 일이었고, 음식물쓰레기통 위에 앉은 고양이는 높은 상전 모시듯 비킬 때까지 내가 기다리는 쪽이었으니. 하지만 여기에 나오는 고양이는 그 얼굴이 재미있어 그림으로 손이 가 만지게 한다. "잊지 말고 꼭 보러 오세요." 마지막 말은 "무서워하지 말고 꼭 쳐다보세요."라고 말하는 듯하다.

  경극을 가르치려 하지 않고 그저 하나의 소재로 삼으면서 중국 문화를 알리는  절제됨도 좋고, 책표지를 감싸는 책날개의 안쪽에 가면 형태를 넣어 가면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점도 겸손함처럼 좋다. ’작은곰자리’  중 3번인 ’앨버트, 또 무슨 생각하니?’를 읽으면서의 기분과는 다르지만, 14번인 이 책을 읽고난 다음에 느끼는 감정은 엇비슷한 것같다. 생각하게 하고, 또 생각하게 하는 것~ 2권의 기억만으로 내게는 참 따스한 책 시리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