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본 사람이라 해도 누구나 기억할만한 아주 발칙한 제목이다. ’선생님, 내 부하 해’- '선생, 내 부하 해'가 아니니 어린이글이란 것은 느껴진다. 우리가 교실에서 늘 대장놀이 한 것도 아니지만, 대장처럼 존재하는 교사에게 ’나도 한번 대장해 볼테니, 내 부하 되어 내 말 들어보라’는 한 줄이 인상적이다. 이렇게 말하는 아이가 있다면 나는 ’대장놀이하고 싶어? 그래, 넌 대장이고 나는 부하다.’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 
    아이들과 함께 한 겐지로 선생님의 교실 생활이 이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이들이 쓴 시를 풀어가며 시를 지도하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어  ’어린이 시 짓기 지도서’라 해도 어울릴듯하다. 하지만, 겐지로 선생님은 지도법이 중심이 아닌 아이들 시를 중심으로 두셨으며, 아이들의 말과 글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으며 그것을 우리가 들을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듯하다. 잘 듣지 않고 대장놀이하다 아이들의 살아있는 말과 글을 이해하지 못하고 흘러버리는 나같은 시 문외한 교사들에게 권할만한 책이다.
    내가 1학년이었던 1977년에 이 책을 발간하시면서 겐지로 선생님은 무인도에 들고 갈 한 권의 책으로 이 책을 말씀하셨다. 17년 동안 아이들을 가르치시면서 그간의 삶이 다 녹아있는 책이며, 독창적인 사상가인 아이들을 존중하고 배우시는 자세에서 그들의 영혼이 겐지로 선생님에게는 나아갈 길을 알려주는 등대같으셨던 것 같다. 나도 아이들과 함께 한 것을 시가 아닌 어떤 형태로 묶어낼 수 있다면 참 행복한 교사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천천히 읽기 시작하였다.      
   처음 한 번 읽으면서는 아이들의 시와 아이들의 마음읽기에 중심을 두었기에 겐지로 선생님이 덧붙인 글들이 잘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의 시가 실린 순서에는 분명한 의도가 있었고, 저자의 이야기가 있었기에  두번째 읽으면서는 저자의 마음이 되어 읽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않더라도 아이들이 쓴 시를 사례로 보여주고 싶을 땐 발췌하면 좋은 자료가 될듯하다.
   올해 1학년 아이들에게 지도하면서 힘들었던 부분 중 하나가 ’시쓰기’였다. 일기나 독서록은 다양한 형태로 아이들이 접해 본 적이 있어서 새로운 방법을 쉽게 받아드렸는데,  2학기 말 국어시간에 나온 시 바꿔쓰기에서는 아이들이 두려움을 느끼더라 이거다. 두어개 낱말 바꾸어 쓰기부터 시작했지만, 정작 제목만 달랑 주면은 한 줄 쓰기도 버거워한다. 시 바꾸어쓰기나 이야기를 시로 바꾸어 쓰기는 잘 하는데......몇 번의 연습만으로 시 쓰기가 가능할 거라고 생각한 내가 잘못이었던 거다. 그리고 기존의 시 형식을 자꾸 말한 게 잘못이었던 거다. 
    갱단되기-싸움 걸기-한 줄 쓰기-아이들의 마음 열기(선물, 방귀)-좋아하는 마음 표현하기-속에 있는 말 몽땅 하기-관찰하여 기록하기-상상하여 쓰기-시 떨어뜨리기(수다떨듯 자세하게 써보기)-시의 주름 없애기-위대한 말 만들기-빗대는 말 만들기-별명 짓기-시 속 좋은 거짓말 만들기-시 음악 만들기-정답 쓰지 않기-본보기 시보다 멋지게 쓰기 등이 시를 가르치는 단계로 제시되어 있다.
  그런데 나는 시 하나 소개해주고는 바꾸어 쓰기를 하며 시의 주름을 갑자기 없애보라고 했고, 빗대는 말도 만들어보고(직유)  좋은 거짓말(은유)도 만들어보라고 했으니 아이들이 얼마나 힘드었겠는가. 자신의 속에 있는 것을 다 끄집어내는 과정도 있어야 하고 유심히 관찰하고 길게 쓰면서 필력을 키우는 시간도 있어야 했을텐데, 음악이 빠져있어서 떨어뜨려진 시를 줍지 못하는 참 시를 모르는 교사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좋은 시를 쓰기 위해서는 좋은 삶을 살라는 말과 함께 가까운 사람들에게 시를 써서 선물해보라는 뒷이야기도 와 닿는다.
  올해 시를 잠깐 다루면서 아이들에게 지나친 욕심으로 내가 잘 못 알고 있던 좋지 않은 시 쓰기를 아이들에게 지도한듯 마음이 아려온다.  정말 부하밖에 되지 못할 거면서 시에서 내가 대장노릇한 게 미안하다. 다시 읽고 또 읽어서 아이들의 멋진 시를 주울 수 있는 대장노릇 제대로 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  아이들의 영혼을 좀더 깊숙히 바라볼 수 있게  이 책을 대장 삼아 나도 부하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