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가 들어있어요> 책표지에 써 있는 한 줄에 망설였다. 그 유명한 사계를 책으로 풀어썼는데, 음악을 먼저 들어야 할 것인가 책을 먼저 읽어야 할 것인가 고민이 되었다. 에라 모르겠다. 그래도 책이 중심이니 먼저 읽는 게 맞을거야 하며 넘겼더니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읽어보라는 글쓴이의 친절을 만나게 된다. 바로 "음악을 들으면서 이 책을 읽는 어린이 여러분!"
        CD플레이어를 찾아 재생 버튼을 눌렀다. 아침이면 좋으련만 잠자기 직전에 든 책이었으니, 책을 들고 침대 속으로 쏘옥 들어갔다.   고양이 밍카와 함께 할 음악 여행이 어떨까? 그림의 색이 은은하고 세밀화 그림처럼 너무나 잘 그려져 있어 그림 보느라 음악이 시작하는 것도 잊었다. 
        봄이다. 대학 캠퍼스 방송에서 이 곡이 나오던 순간! 신입생의 그 기대감을 가득 채워주었기에 이 곡은 정말 약동 그 자체다.  고양이는 정말 싫은데, 이 밍카는 여성적이며 귀여운 매력을 가지고 있다. 글씨가 작아 읽기에 불편한 점도 있지만, 그림에 더 충실하라는 뜻으로 보인다. 그 작은 글씨를 빨리 읽었다고 다른 쪽으로 넘어가면 안 된다. 그림에도 글이 있기 때문이다. 샅샅이 뒤져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새들의 지저귐, 물소리, 천둥이 지나가면 4월같은 안락함이 찾아온다. 그림도 화사하다.  곡이 약간 끊어지는 느낌을 받으면 다음 쪽으로 넘기면 된다.  윗쪽에 CD 곡 번호도 있으니, 그것을 참고해도 되겠다.  동화같은 장면이 나오는데, 그림에 그만 푹 빠졌다. 악기도, 생쥐도, 밍카도 모두모두 춤을 춘다. 그런데 가운데 홀로 뛰어가는 개 링고의 모습은 정말 역동적이다. 링고에 푹 빠져 나에게로 뛰쳐나올 듯한 그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여름이다. 무더위에 노곤함이 느껴진다. 여름이 이렇게 좋은 줄 예전 사계를 들을 땐 몰랐다.  가장 마음에 드는 그림인 지면 가까이에서 바라본 시각으로 그려진 그림은 정말로 그 음악이 군데군데 다 들어있다. 지렁이도 무더위에 우산을 쓰는 모습, 지쳐있는 농부 톰의 모습이란!  여름과 노곤함이 이렇게 좋을 수가!   그것은 잠자기 전 감기우는 내 눈의 탓도 있겠지만, 그림 때문인 것이 전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여름 번개와 천둥이 계속된다. 모기와 하루살이 떼에게 시달리는 밍카의 표정 연기는 여우주연상감이다.
      가을이 되었는데, 어쩐지 어수선하다. 축제가 있어서만은 아닌 것같다.  축제 다음 날 자는 모습과 사냥꾼 이야기는 겨울을 준비하느라 바쁜 가을이 음악뿐만 아니라 그림도 변화무쌍하며 우왕좌왕하는 것같다.
      음악으로 보았을 때  가장 좋아하는 겨울이 되었다. 눈이 있어 따사로운 그림으로부터 잠시 벗어났다. 세상이 눈으로 덮여도 밍카는 여전히 고운 자태를 지니고 있다.  따뜻한 방안에서 밍카가 마리 무뤂에서 잠들어있는 모습은, 추운 겨울날 연못가에서 얼음 위를 달리는 밍카와 사뭇 다르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어선 페이지에서도 봄이 오기를 꿈꾸는지, 밍카는 바구니 안에서 잠들어있다.
      여기까지 읽으면 음악도 끝나고, 글도 끝난다. 아쉬움을 달래려는 듯, 음악<사계>에 대한 설명을 옮긴이가 더 풀어놓았다. 익숙한 음악을 책으로 만드는 일이 과연 음악을 넘어서는 성공을 할 수 있을까 했는데,  나는 물론이죠라고 말하고 싶다. 이 책은 그림 어디를 보아도 예술같은 붓놀림이 있다. 사계의 전반적인 따사로운 멜로디를 은은한 노랑으로 풀었고, 주인공 밍카를 따라가 여러 작은 동물들을 찾는 숨은그림찾기도 음악듣기에 지루함이 전혀 없다. 제목 서체까지 곡의 느낌과 잘 어울린다. 아마도 <사계>를 더 빛내 줄 책이 되지 않을까?  
     (며칠이 지나고)아침 출근길에 클래식FM93.1에서 사계 중 겨울이 흘러나왔다. 그런데 큰 일이다. 음악을 들으면서, 그 전에는 악기와 선율, 느낌 이런 걸 떠올리며 감상했는데 이 책을 본 직후여서일까? 밍카가 떠오르고 그림 장면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음악과 함께 흘러가는 것이다. 비발디가 통곡할 일이다. 음악이 이야기가 되고 그림으로 보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