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소설을, 말이 아닌 텍스로 엮어진 것들을 읽어보질 않았다. 방송에서 간간이 모습을 보이던 그의 외모와 말투와 지식은 왠지 나와는 맞지 않는 듯했다. 왜였을까. 이유는 알지도, 알고 싶지도 않은 무심함. 어쨌거나 <오직 두 사람>을 읽었다. 앉은 그 자리에서 단 번에 읽어 버렸다. 꼼짝하지 않고 무려 세 시간이 넘는 시간을 앉아서. 아니 읽는 동안 시간이 멈춰있었을지도.

 

제목에 보이는 '오직'이라는 특정한 표현이 나를 잡아끌었다. 호기심이라고 하기엔 뭔가 더 강렬한 무언가. 어쨌든 두 사람에 대한 한정적 이야기가 멈추지 못하게 한 것이리라. 이 많은 사람 중에 '단' 두 사람이라니. 거기다 이 책이 단편을 묶은 것이라는 것도 몰랐다.

 

암 말기. 죽음을 앞두고 말이 없는 아빠. 그런 아빠에게 헤어나지 못하는 현주.

잃어버린 아들을 찾느라 인생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윤석. 그리고 아직 말도 하지 못하는 손자.

인생의 원점을 찾는 서진. 그 원점인 인아를 죽음으로 몰고 간 반신불수가 된 남자.

결국 옥수수가 되는 민수와 그를 옥수수로 완성시키는 영선.

기억도 나지 않는 죽은 아버지의 유골. 그리고 낯선 이국 땅에서 그 유골을 인수하려는 지훈과 남자.

자발적 싱글맘 최은지와 원초적 사랑에 대한 배신에 질척대던 박인수. 그 사이에서 허우적대는 남자.

하루를 헛되이 보냈을 것 같지 않은 정은을 비롯한 네 명의 젊은이는 젊음과 내일을 '연쇄 살인범의 지하  감옥'에 감금 당했다. 왠지 살인자의 기억법은 이곳에서 터져 나오지 않았을까.

 

"하긴 네가 어떻게 알겠니. 가끔은 몰라도 살아야 되는 게 인생인데, 어차피 이건 네 인생도 아니잖아. 넌 빠져나가면 그만이니까." 103. 인생의 원점.

 

암울하다고 하기엔 밝고 우울하다고 하기엔 조금은 가볍다. 어둡다는 표현이 맞을까. 세상 모든 상실이 어두울 필요는 없겠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뭔가를 잃고 있다. 아버지와의 추억을 잃기도 하고,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잃거나 인생을 송두리째 잃어버리기도 한다. 첫사랑을, 아버지의 존재를, 직장과 가정의 신뢰를, 누군가는 탈출에 대한 희망을 잃는다. 4월의 그날처럼.

 

 

모든 것을 잃어도 누군가는 세상에서 존재가 사라지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그 이후의 삶을 살아야 하고 그런 상실을 묵묵히 견뎌내야 하는 삶도 있다. 한데 왜 어두운 세상에 갇힌 듯해야 할까. 그래, 어쨌거나 작가의 말처럼 그 이후의 삶이 있겠지. 

 

 

오직두사람, 김영하, 문학동네, 단편소설,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