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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울 것>은 이제 조금은 그래도 된다는 듯하게 자유로움에 대한 관념을 말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저자 자신의 살아가는 일에 대한 생각이나 관념을 군더더기 없이 담담하게 그러면서 조용히 담아내고 있다. 작가에 대해 잘 모르고 작가의 작품을 잘 모르기 때문에 작가 자신의 삶에 대한 내밀한 이야기가 얼마나 진솔할까 싶기도 했다.

'자유로움' 은 무얼까? 저자의 자유로움은 무엇이었을까? 십이 년의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회사원처럼 반복적인 일상적 글쓰기를 하고 있는 십삼 년의 세월이 자유로웠을까. 딱히 자유로움에 대한 명확한 속마음을 털어놓은 것 같지는 않다. <글 쓰게 된 계기>를 통해 알게 되는 그녀의 쉽지 않았던 인생은 그다지 자유로웠을 것 같지 않아 보였다. 글 쓰는 일과 전혀 다른 장르의 사회생활을 하다가 생존의 이유로 선택하게 된 글 쓰는 일은 부단히도 성실하지만 평범한 일상이어야 했다는 그녀의 고백은 책 제목에서 주문처럼 읊조리는 자유로워야 한다는 다짐이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솔직한 저자의 일기를 들여다본 느낌이다.

동심의 유무로 어른과 아이를 구분한다면 난 언제쯤 동심을 잃어버린 걸까. 그때 난 어른이 되었을까? 대학을 졸업한 때? 너무 긴장한 나머지 이를 덜덜 떨며 결혼식을 올렸을 때? 분만실에서 새하얀 천에 돌돌 말려 나와 손가락 발가락을 펴 보이는 딸아이를 만났을 때? 도대체 언제부터 어른일까. 여전히 동심 같은 건 지니고 있을 턱이 없지만 여전히 만화에 시시덕거리기도 하고 쓸쓸하고 애절한 드라마를 볼 때면 눈물 콧물 다 쏟아내며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되기도 하는데.

저자의 <재능>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며 하고 싶은 것을 위해 하고 싶지 않은 일도 하면서 '언젠가는'을 다짐하며 뒤로 미루기만 하는 열정도 없는 나는 '버티는 것 자체도 재능일까.'라고 체념하는 꿈에 대한 저자의 소회는 나도 모르게 한 다발의 공감 안겨준다. 무엇을 붙들고 있는지조차 가늠이 안되는 나는 하고 싶은 것은 있기나 한 걸까?

"'내가 붙들고 있는 것을 언제 놓을 것인가'의 문제는 어찌 보면 우리가 어른의 인생을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가장 어려운 문제다." p44

언제부턴가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고 감동의 쓰나미가 밀려와 주체할 수 없음으로 내 나름의 감정적인 동요를 공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글조차 쌓이다 보니 주제넘게 '평가'를 하고 있다. 그게 호평이든 혹평이든 완전 내 주관적인 사견이므로 토를 달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말이다. 그리고 간혹 만나는 약간 기대에 못 미치는 작품이라도 만날라치면 뭐 대단한 비평가인 척 신랄하게 '까기'도 한다. 그랬다.

<타인의 작품을 평가하는 것에 대해>를 읽으며 조심스러운 마음을 갖는다. 그동안 리뷰를 써오면서 작가의 고통을 생각하진 않았다. 그저 관객 혹은 독자로 작품을 보기만 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때의 내 기분과 감정에 따라 주관적 평가라는 잣대를 들이댔다. 주제넘게도 말이다. 반성하게 된다. 창작자는 작품을 만들고 관객은 그것을 보면 그뿐이라 생각, 보고 느끼는 것은 각자의 몫이라 여겼다. 그 감정의 흐름에 창작자의 번민과 고통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야 했는데 말이다.

"타인의 작품을 비판하는 데에 한번 맛 들이기 시작하면 그것은 너무나 쉽게 중독성 습관이 되고, 그러한 부정적인 방향의 판관 노릇이 습관이 되어버리면 그 대상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조차도 갉아먹을 것만 같았다." p57

유연한 자유주의자들.

인간관계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읽었다. "관계는 현재 진행형이다."라는 말. 묘하게 와 닿는 말이다. 나 역시 피상적으로 관계에 대해 곤란한 부분이 적지 않아서인지 저자의 사실적이고 솔직한 글을 읽으면서 약간 놀랐다. 나는 오래된 친구가 한번 뭉치자는 말에 대놓고 과거를 운운하며 거절할 수 있을까. 하기야 나는 마음을 털어놓을 만큼 신뢰가 가는 친구가 있기나 한지 모르겠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만족스럽지 못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느니 그 시간에 혼자 책을 읽는 게 낫다." p121

거기다 나에게 관계란 현재진행이 아니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인공적인 친절을 보여야 하는 관계로 인한 피로도가 쌓일 만큼 쌓여 더 이상 진행형이 되지 않으려 애쓰다 보니 대부분 "안녕히 계십시오"라고 돌아서면 관계는 끝이다. 그게 편하다. 관계에 얽히는 것도 질척이는 것도 그다지 달갑지 않다. 내게도 유연한 자유주의자가 있으면 좋겠다.

현재를 살아가는 데에 무엇에 집중하고, 나이 듦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들을 이해하는 것. 그런 일들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는 일련의 삶의 방식을 저자의 군더더기 없는 깔끔하고 명료한 문체는 현재를 지나 시간이 흐른 뒤돌아볼 수 있음에 대한 여유를 공감하게 된다.

글 : 두목

자유로울것, 임경선, 예담, 문학,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