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시다. 하늘을 가르는 혜성의 존재도 떨어지는 그 조각들이며 그의 작품에 늘 등장하는 푸르디푸른 하늘. 그 하늘을 바라보는 아오리(밑에서 위를 바라보는 시선) 작화는 정말 환상적이다. 그가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단편을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별의 목소리>를 내놓고 이 환상적인 작품을 모든 프로세스를 거의 혼자 작업했다는 사실과 그가 사실은 애니메이터도 아니고 프로그램 엔지니어 출신이라는 점은 뻑이 갈 지경이었다. 난 하물며 그때 애니메이터였다. 눈물이 났다.

 

그의 작품은 줄곧 지켜봐 왔지만 볼 때마다 다시 애니메이터로 돌아가고 싶다는 갈증을 불러일으킨다. 그가 보여주는 레이아웃은 흉내 낼 수 없을 것이라는 탄식과 풍덩 뛰어들고 싶을 만큼 환상적인 배경의 그의 하늘만이 줄 수 있는 호사로움이다. <너의 이름은.>은 물음표가 아니라 마침표다. 알 듯 말 듯 모를 누군가에 대한 궁금증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알지만 기억나지 않는 누군가를 만났을 때의 아련한 순간이다. 요즘 열풍인 도깨비와 맞물며 그 아련함이 더한다. 물론 남녀의 몸이 뒤바뀌는 현상으로 벌어지는 일들이 재미를 주고 있지만 사실 "만나야 할 사람은 만나야 한다"라는 간절함이 더해 더욱 아련함을 준다.

 

그게 3년의 시간을 비켜가거나 900년의 시간을 그리워해도 만날 사람은 만난 게 된다는 간절함이랄까. 이름을 알아도 혹은 몰라도 그게 도심의 육교 위를 스쳐지나는 일지라도 만날 사람은 꼭 다시 만난다는 아련함을 풍성하게 만든다. 행성이 지구와 가장 가까워지는 시간, 황혼이 시작되는 시간 그때 일어나는 신비로운 일들. 3년의 시간을 거슬러 만난 적 없는 소녀를 만나러 가는 소년의 간절함과 만난 듯 만난 적 없는 소년과 소년은 그렇게 서로에게 만나야 하는 사람으로 시간이 흐르고 어느새 서로에 대한 간절함은 서로를 한눈에 알아본다. 그렇게 아련함은 가슴을 적신다.

 

눈이 펑펑 내린 날, 내 가슴에도 무언가 덩달아 내렸다. 그렇게 무스비.

 

 

 

 

 

 

글 : 두목

이미지 :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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