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당연히 그래야 하는 모습"으로 살고 있는가.

<너무 고민하지 말아요>는 일본 도쿄의 선불교(禪佛敎) 사찰 '젠쇼안' 주지인 히라이 쇼슈 스님의 짤막한 글을 엮었다. 인생을 살아가는 처세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쉽고 빠르게 읽히지만 책장을 느릿하게 넘기게 만들며 곱씹게 만든다. 그리고 조용히 깨달음을 찾게 하고 있다. 거기다 전인권의 노래 '걱정 말아요 그대'를 찾게도 한다.

 

사람이 살면서 고민이나 어지러운 생각에 빠지지 않을 수 없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너무 깊이 관여하지 말라고 다독다독하는 책이다. 한마디로 여러 쓸데없는 고민일 수 있다는 이야기로 위안을 주고 있다.

 

 

눈앞에 보이는 것에 집중.

"하고 싶은 일은 따로 있어도, 해야 할 일은 지금 눈앞에 있는 일입니다. 그러면 눈앞의 일에 매진하세요. 점차 하고 싶지 않은 일도 해야 할 일로 바뀝니다.",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어느새 그 일에 흥미를 느끼고 거기에서 보람도 찾아낼 수 있습니다." p94

 

작년 한 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일을 하게 되고, 그 안에 관계가 생겨났다. 그러다 마음을 어지럽히는 사람을 만났다. '그'는 늘 그렇게 살아왔을 테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텐데 '그'를 바꾸려 하지 말고 내가 무심해지면 될 터. 사람이,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여 불평으로 내 일과 내 마음이 어지러울 필요가 있을까. 그저 무심하면 될 터인 것을. 그저 어지러웠던 그곳에 다 두고 돌아와 웃는 낯빛이어야 했음을. 그걸 이제야 깨닫는 이 어리석음.

 

"생각도 감정도 그곳, 그 장소에 놓고 오는 것이 아무것도 마음에 남기지 않는다는 '무심'입니다." p169

 

정말 큰일의 시작은 '고작'이었음을.

"'고작'에 마음을 쓰는 사람은 모든 것에 마음을 쓰는 사람입니다." p174

 

살면서 종종 겪는 '고작'의 하찮음이 있었다. 길을 가다 마주하던 10원짜리 동전이나 이걸 살까 저걸 살까 망설이며 고단한 마음을 정리하던 고작 몇 천원 차이라던가. 화장실 휴지를 많이 쓴다고 하는 잔소리에 들리던 고작 휴지 가지고 뭘 그러냐는 말들. 때로는 친구와의 회포를 풀기 위해 만난 자리에서 고작 술값 몇 푼에 얼굴 붉히던 일들. 이 모든 '고작'은 내가 모르게 쌓던 내 인덕의 산이요 물이었을지 모른다. 그 고작들이 모여 타인에게 난 어떤 사람으로 비쳐지고 있을까. 그러고 보니 '고작'은 참 무겁다.

 

지족자(知足者)

'만족'을 알면 사람일까? '만족'을 알아야 사람일까? 참 어려운 질문이다. 인생을 살면서 그리 해내기 어려운 일 또한 '만족'하는 게 아닐까. 돈을 벌어도 버는 만큼 쓰게 되고 그리 쓰게 되면 또 다른 무엇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하고. 공부를 하면서도 끝도 없는 탐구를 해야 하고 끝내야 끝나는 일임에도 불안한 시대, 불투명한 미래로 끝내지 못하고 끝도 없는 길을 가는 군상들.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해도 닿아야 만나는 것이 인연임을 만나도 닿지 못해 헤어짐을 반복하는 연인들의 만족은 도대체 있기나 할까. 그 끝에 자신의 '분수(分數)'를 깨달음이 있어야 하거늘. 그 분수를 알면 부끄러움으로 들지 못하는 고개만 있을 것을. 그러는 나는 과연 '지족자'인가?

 

오늘 하루 선(禪)을 생각한다.

 

 

 

 

글 : 두목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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