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와 관련한 법률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고, 수많은 의사들과의 법률상담 끝에 알게된 사실이 있다. 의사들이 정말로 골치 아파하는 법률적 문제는 의료사고보다는 오히려 까다로운 의료법 관련문제, 직원들과의 노동법 관련문제, 동업원장과의 법률관계 그리고 세금문제, 의료기기 구입과 관련한 계약과 사고발생 시 책임문제, 인테리어와 하자보수문제, 의료광고 및 방송매체와의 관계, 건물주인과의 임대료 협상 및 권리금문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보험료 삭감문제 등이라는 것이었다.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오랜 동안의 혹독한 수련을 거쳐야 하고 그 결과, 자신의 영역에서 훌륭한 전문가로서 거듭나게 된다. 그러나 지나친 헌신 탓일까? 많은 의사들이 자신의 전문영역을 벗어나면 저항력이 없는 존재가 되어 버리고 만다. 의사가 되고 난 이후에도 사회 현상에 관심을 둘 만한 시간적, 정신적인 여유를 갖지 못하고, 사회현상에 대하여 비자발적으로 무관심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이처럼 사회현상, 특히 법적인 문제에 있어서 무기력해진 상황에서 의사는 법이나 원칙보다는 타협과 양보를 강요받게 되었고 법에 대한 무지로 인하여 피해를 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의사는 법을 몰라도 살 수 있다?

교사들 외에 유일하게 사(師)자를 쓰는 의사(醫師)는 전통적으로 '선생님'으로 대우받으며 일종의 치외법권(治外法權)적인 대상으로 존경을 받와 왔으나, 이제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오히려 요즘 들어서는 사회적 강자라는 이유로 역차별을 받는 것 같다는 의사들의 호소가 늘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의사는 존경받는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고 절대적은 아니라 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오피니언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사회전반에 대해 균형감각을 잃지 않는 식견을 가져야 함은 물론이고, 사회의 구성이나 조직을 지배하는 법원칙에 대해 전문가적인 수준은 아니라 하더라도 총론적인 대강의 개요는 알고 있어야 한다. 여론의 주체로서 법과 원칙에 익숙하지 않아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경우, 사회일반 구성원들이 이에 동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의사가 직면할 수 있는 각종 법적 분쟁을 슬기롭게 해결하고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도 법을 아는 것은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