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에 관한 몇 가지 이야기

영화 한 스푼 음악 두 스푼

독자라면 누구나 영화음악을 매개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풍경이 있을 것이다. 꼬마시절 동네 골목에서 흥얼거리던 「록키 Rocky」(1976)의 테마 곡을 시작으로, 상어의 날카로운 이빨이 연상되는 「죠스 Jaws」(1975)의 멜로디, 끝없이 내리는 눈의 풍경이 아름다운 「러브레터 Love Letter」(1995)의 피아노곡 <Winter Story>와 소피 마르소(Sophie Marceau)의 풋풋함이 잊혀지지 않는 「라붐 La Boum」의 주제가는 물론,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Once Upon A Time In America」(1984)에서 들려오는 애절한 플루트 연주까지, 실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영화에서 들을 수 있는 그 모든 것들은 우리에게 '영화음악'이란 이름으로 추억이 되고 있다.
영화음악이란 어쩌면 영화에 종속적인 위치로 영화를 돋보이게 하는 부수적인 역할만 하는지 모른다. 음악을 위한 뮤직비디오가 아닌 이상, 영화음악은 영화가 있어야만 숨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영화와 음악 모두가 독립된 장르로 자리매김하는 가운데 영화음악만큼은 영화 없이는 실현 불가능한 장르이면서도, 이제는 바꿔서 영화음악 없는 영화를 상상하기도 힘들어졌다. 그만큼 영화와 영화음악은 서로 친밀하게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면서 각각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공생관계의 장르인 것이다.
흑백의 무성영화를 시작으로,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스크린에 표현할 수 있는 최첨단 기술력을 자랑하는 21세기까지 영화는 기술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왔다. 놀라운 성장을 이어가는 영상에 비해 영화음악의 위치는 과연 어느 정도의 자리까지 성장했을까? 결론적으로 영화음악은 초기 태동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은 모습과 위치를 고수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은 질적으로 영화음악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영화음악이 부수적인 위치에서 영화를 효과적으로 포장하는 용도로 비춰져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영화음악은 줄곧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해낸 것은 물론, 점차 영화에 흡수되고 동일화되는 과정 속에서도 독립적인 한 분야가 될 가능성을 처음부터 갖고 있었다는 뜻이다.
영화의 장면과 함께 기억되는 음악이라는 본질에 좀더 다가선다면 감성적으로 호소하는 영화음악이야말로 그것을 접하는 개개인에 따라 영화 그 이상의 가치로 남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때로 영상에서 느껴지는 긴박함 이상의 짜릿함을 안겨주는 영화음악의 무한한 가능성을 증명하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미약하게나마 증명의 열쇠를 내 어린 시절에서 찾아보는 바이다.
자막 읽는 것도 서툴던 유년시절에 만난 영화 「시네마 천국 Cinema Paradiso」. 토토의 시선에서 세상 보기를 연습하던 그때만 해도 영화의 감동은 좀처럼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사춘기를 지나 어른에 가까워진 20대 초반의 어느 날, 꽤 긴 시간 후에 다시 만난 그 영화가 내게는 오랜 시간 영혼을 잠식하고 있던 멜로디를 새삼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가 이야기하는 그 선율은 단순히 「시네마 천국」뿐 아니라 그 후 만나는 무수히 많은 영화들을 이해하고 감상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러브 테마 love Theme>로 이름 붙여진 그 곡은 한껏 여유로운 멜로디로 애절함을 들려주었고, 4분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영화의 모든 것을 응축시키는 놀라움을 느낄 수 있었다. 훗날 팻 매스니(Pat Metheny)와 찰리 헤이든(Charlie Haden)이 함께한 앨범 「Beyond The Missouri Sky」에서 다시 한 번 접하게 되는 그 곡은 이제 내 인생을 완성하는 퍼즐의 한 조각이 되어 유유히 정신세계를 떠다니는 경지로 승화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