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만의 재능을 꽃피운 클라라

이루지 못할 것만 같았던 사랑을 완성해서일까? 클라라와 결혼한 그해, 슈만은 피아노곡만 써왔던 지난날과 달리 사랑의 가곡을 작곡하기 시작한다. 하이네의 시를 토대로 한 '시인의 사랑'과 결혼 전 클라라에게 바친 '미르테의 꽃' 등이 대표적이다. 이 작품들은 하나같이 서정적이고 낭만주의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평생 작곡한 가곡의 절반 정도가 1년 동안에 쏟아져 나올 정도로 슈만의 열정은 폭발적이었다.
결혼한 이듬해인 1841년은 슈만에겐 '교향곡의 해'로 일컬어질 만큼 완성도 높은 두 편의 교향곡이 탄생했다. 하나는 앞서 언급한 '교향곡 4번'이고 다른 하나는 일명 '봄의 교향곡'이라 불리는 '교향곡 1번'이다. 결혼 후 얻게 된 마음의 안정과 자신감도 한몫했지만, 무엇보다 클라라를 향한 뜨거운 사랑과 열정이 짧은 기간 많은 걸작을 낳게 한 원동력이었다. 클라라가 없었다면 슈만이 그 많은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클라라는 슈만에게 아름다운 음악적 영감을 불어넣어준 뮤즈이자 잠재된 재능을 꽃피우게 한 구원자였다.

"당신은 나에게 사랑이 무엇인지 가르쳐주었습니다. 나는 당신을 생각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아내 클라라에 대한 슈만의 사랑은 지극했고, 클라라 역시 슈만과 그의 음악을 위해 헌신적으로 내조했다. 슈만이 피아노곡과 가곡, 교향곡까지 작곡할 수 있었던 것은 클라라의 조언과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슈만이 곡을 만들면 클라라는 남편의 작품을 연주하며 두 사람은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유지했다. 하지만 영원할 것만 같았던 행복도 잠시, 불행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1844년 슈만은 4개월에 걸친 클라라의 러시아 연주에 동행했다가 신체적, 정신적으로 쇠약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