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헌법제정과 영국의 영향

영연방국가의 일원인 호주의 헌법이 가지는 특징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식민통치 시절부터 영국으로부터 받은 정치적 영향력을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영국의 식민통치 기간 중에는 직ㆍ간접적으로 본국의 영향이 식민지에 미쳤고, 1900년 영국의회에서 호주헌법이 승인되기 전까지 영국이 헌법 창출과정에서 행사한 영향력은 매우 컸다.

호주헌법은 인권의 보장, 즉 자유나 권리 등을 명시하는데 목표를 두기보다는 국가통치를 위한 정부형태를 결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헌법에 명시된 의원내각제와 연방제의 모습은 당시의 식민의회에 의해 결정되었고, 다수의 국민의 동의를 얻은 후에 영국의회에서 승인 받았다. 이 과정에서 형성된 호주 내의 헌법에 대한 합의는 오늘날까지 계속 유지되고 있고, 호주정부에 꾸준한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오늘날의 정치상황의 변화에 따라 공화국으로의 헌법개정, 정당 관련 조항의 삽입 등에 대한 정치적 요구가 증가하고 있기는 하지만, 현재 헌법의 기조 아래 안정된 정부형태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1. 영국 헌법의 역사

현재와 같은 영국의 정치형태의 기초는 1215년 존(John) 왕 시절에서부터 시작된다. 1215년 6월 15일에 존 왕이 귀족들의 압력에 의해서 승인한 대헌장(Great Charter；Magna Carta)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영국의 정치형태를 결정짓고 또한 헌법의 기초가 되는 역사적 문헌이다. 이 대헌장에 맞추어 당시의 영국 귀족들은 수시로 회의(convention)를 열어서 국정 전반에 대한 영향을 미치기 위한 정치권력을 일반화해 갔다. 따라서 이런 제도의 전통으로 인하여 19세기 후반에 들어와서는 정기적이고 자유로운 선거가 실시되었고, 이를 통해서 영국에서는 보다 책임 있는 행정부의 등장이 용이해졌다.

이런 영국의 정치발전 과정은 법 조항에 상세히 기록되면서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 여러 차례의 회의(convention)를 통해서 영국의 정치관행은 점진적으로 변화되어 왔다. 이에 따라 국왕의 권한은 관습적이고 상징적인 것이 되었으며, 선출된 의회는 귀족적인 권세를 압도하는 실질적인 권력을 행사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