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있는 거야? 남자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내가 당신을 마침내 보는 건가? 내 손으로 잡아 비틀 목은 있나? 심장은 있어? 당신은 영원히 저주받아야 해. 영혼은 있나? 오, 신이여. 남자는 속삭였다. 오, 신이여.
페이지 :  ’로드’ 중에서 p17

	남자는 소년의 손을 잡고 권총을 그 손에 밀어넣었다.  (중략) 저 사람들이 널 발견하면 그래야 돼, 알겠지? 쉬. 울면 안돼. 내 말 들려? 어떻게 하는지 알지. 그걸 입 안에 널고 위를 겨냥해. 빨리 세게 해야 돼. 알겠지? 울지 말라니까. 알아들었지?
페이지 :  p130에서

	한 때 산의 냇물에 송어가 있었다. 송어가 호박빛 물속에 서 있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지느러미의 하얀 가장자리가 흐르는 물에 부드럽게 잔물결을 일으켰다. 손에 잡으면 이끼 냄새가 났다. 근육질에 윤기가 흘렀고 비트는 힘이 엄청났다. 등에는 벌레 먹은 자국 같은 문양이 있었다. 생성되어가는 세계의 지도였다. 지도와 미로. 되돌릴 수 없는 것, 다시는 바로잡을 수 없는 것을 그린 지도. 송어가 사는 깊은 골짜기에는 모든 것이 인간보다 오래되었으며, 그들은 콧노래로 신비를 흥얼거렸다.
페이지 : P323중에서

 ’내일 멸망을 하더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
그 사과나무는 과연 남은 자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아님
그저 한 줌의 재일 뿐일까...

지구가 멸망하고 모든 생명의 소리가 옅어진 어느 날.
그 후론 세상에서의 시간은 그저 책속에나 나오는 ’단어’일 뿐이다.
이름조차 알 수 없는 남자와 소년.
그들은 불을 운반한다는 의무를 스스로에게 지운 채 남쪽으로, 바다로 걸어간다.
남자는 남겨질 아이를 위해
소년은 자신을 위한 남겨진 남자를 의지하며
깜부기불같은 생명에 겨우겨우 입김을 불어 넣어 가고 있다.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남자의 존재에 의해 지켜지고 있는 소년의 존재 자체는 
희망이었고
그 희망은 재더미 속 세상에서 신과 같은 존재였다.
그렇기에 지옥과 같은 현실에서 만난 작은 아이, 개, 노인에게
소년은 
작은 아이에게는 자신과 같은 존재가 있다는 안도감을
개에겐 자기를 식량이 아닌 한 생명을 봐 주었다는 기쁨을
노인에게는 생명의 끝자락에서의 마지막의 희망을
나누어 주었을지도 모른다.
그들의 세상에서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나누는 기준은
신의 존재와 미래에 관한 희망에 대한 기억의 유무이다.
신을 잊어버리고 신을 거역한 채 인육을 먹고 자기의 또 다른 자신을 먹으며
미래의 밝음이 아닌 현재의 재속에서 헤매어가는 존재들...
그렇기에 불이라는 작은 밝음을 이고 가는 남자와 소년은 마치
신화 속의  프로메테우스처럼 느껴진다.
   


지구가 멸망하는 날,
살아남기를 원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