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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그립고 목마를 때가 있다. 한편의 시에서 진한 위로를 받고 싶을 때, 사랑을 느끼고 싶을 때, 글 속에 들어있는 깊은 맛을 음미해보고 싶을 때가 있다. 요즘이 그러했나보다. 집에 있는 시집들을 뒤적이다 새로운 시를 찾아 선택한 시집이 이 책이다. 안도현 시인이 노트에 베끼고 싶은 시는 어떤 것일까? 부제에 궁금함을 갖고 만났다. 다행이라고 할까? 묶음집에선 중복되는 시들을 만나기도 하는데 이 시집에선 처음 만나는 시들로 가득했다. 자주 만나는 시들이 싫은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맬 때 새로운 것을 만나는 기쁨은 또 다른 것이다.

이 시집은 두 권의 책이 한권으로 묶인듯한 느낌이다. 하나는 안도현 시인의 노트에 베끼고 싶은 시, 또 하나는 김기찬 사진작가의 작품으로 그 풍경을 나는 이제 사랑하려하네이다. 사진과 시가 잘 어우러져 한권의 책이 된 느낌을 받지 못했다. 이어보려한듯한데 딱히 시와 사진이함께 마음에 와닿지는 않았다. 시와 사진을 따로보는 편이 좋을듯하다. 왜 이 시들과 이 사진작품들을 한데 모았을까? 좋은 작품들이 시너지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시에 대한 저자의 설명을 읽다보면 늘 놀란다. 시에 대한 설명을 어딘가에서 보았을까? 아님 시를 읽으면 그 느낌이 바로 그렇게 와닿는 것일까? 이해가 쉬운 시의 경우엔 누구나 쉽게 시의 뜻을 이해하기도 하지만, 내 기준으로 이해가 어려운 시를 마치 본인의 시처럼 설명해 놓은 것을 볼 때면 그저그저 존경스럽고 그 설명에 따라 끄덕이게 된다. 시 뿐 아니라 시인에 대한 이해까지 있으니 더 가능하지 않았을까?

돌 하나, 꽃 한송이

신경림

꽃을 좋아해 비구 두엇과 눈 속에 핀 매화에 취해도 보고

개망초 하얀 간척지 농투성이 농성에 덩달아도 보고

노래가 좋아 기성화장수 봉고에 실려 반도 횡단도 하고

버려진 광산촌에서 중로의 주모와 동무로 뒹굴기도 하고

이래서 이 세상에 돌로 버려지면 어쩌나 두려워하면서

이래서 이 세상에 꽃으로 피었으면 꿈도 꾸면서

같은 두려움과 욕망을 시인에게서 함께 느끼는 동질감을 발견하고는 위로를 받은 시다. 마흔을 넘기고 아직 가야할 길은 먼데 어찌가야할지 고민 속에 쌓여있는데, 한 편의 시로 시인과 수다를 떤 듯하다.

감꽃

김준태

어릴 적엔 멀어지는 감꽃을 셌지

전쟁통엔 죽은 병사들의 머리를 세고

지금은 엄지에 침 발라 돈을 세지

그런데 먼 훗날엔 무엇을 셀까 몰라.

감꽃을 보며 어떻게 이런 시상을 떠올릴 수 있었을까? 시인들은 저 너머에 있는 그 무언가를 읽어내는 초능력을 가진 분들인가보다. "그런데 먼 훗날엔 무엇을 셀까 몰라." 이 시가 내 마음을 잡은 이유 또한 위 <돌 하나, 꽃 한송이 -신경림> 시를 눈여겨본 이유랑 다르지 않을듯하다.

<뻘에 말뚝 박는 법 -함민복> 시의 설명 중에 "수직이 저 혼자 잘나서 수직이 아니라 수직으로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수평이 품어주고 빨아들였기 때문이다.(p126)"라고 있다. 항상 내가 옳은듯 고개 바짝 들고 들이밀고 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품어주고 빨아들여주는 수평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늘 수직으로 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하고 반성을 해보게 하는 시와 해설이었다. <가시-남진우> 시에서는 내면을 한 번 더 보겠금했다. "삶이 고통인 것은 어느 누구도 살아서는 자기 몸속의 가시를 밖으로 드러낼 수 없기 때문이다." 안도현 시인이 이 시에 덧붙인 설명이다. 무한공감이 가는 말이다.

위 사진은 김기찬님의 사진 중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았다. 사진을 처음보자마자 드는 생각은 마치 펭귄같다였다. 추위를 막아주려 자신의 발위에 올려 새끼를 품어주는 펭귄. 아이는 엄마의 발 위에 앉아 쉬고 지금은 그쳤지만 엄마의 치마 아래서 비도 피할 수 있겠지. 아이에 있어서 엄마의 존재를 한 장의 사진으로 충분히 이야기해주는듯했다. 엄마가 자상한 미소를 짓고 있지 않아도, 아이를 바라보고 있지 않고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어도, 두 손에 무거운 짐을 들어 미처 아이를 돌 볼 여유로운 손길이 없을 것 같은데도 발을 내어준 엄마의 모습, 그녀의 삶도 느껴진다. 행복한 표정을 짓지 않고 있는 아이에게서 행복이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시집을 읽으면서도 내 입장에서 내 꿀리는대로 내 시각으로만 보게됨을 리뷰를 적으며 다시 느낀다. 뭐 그럼 어떤가? 동의를 구하고 위로를 받으려고 난 이 시집을 펼쳤고, 좋은 만남을 가졌으면 되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