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 책에 비해서 정말 별생각없이 산 책이었다. 큰 아이에게 읽혀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샀는데 아이가 읽기엔 생각보다 책이 좀 두껍기에 '다음에 읽으라하지뭐.'하며 내가 먼저 읽어갔다. 평가하기 별이 다섯개밖에 안된다는 것이 안타까운 책이다. 한비야의 <지구밖으로 행군하라.>를 읽고 월드비젼의 활동을 알고 신뢰가 생기면서 두 아이를 후원하게 되었다면 <토토의 눈물>은 더 많은 나라의 더 많은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유니세프 활동을 소개하는데 비중을 두었다기보다 아이들과의 만남과 아이들에 더 집중을 하여 각나라의 상황을 생생하게 적어놓았다.

탄자니아의 초등학교에서 도화지와 크레용을 건네주며 동물을 그려보라고 했다. 한 시간쯤 후에 보니 동물을 그린 아이는 두 명 밖에 없었는데 그들이 그린 그림은 파리와 가는 두 다리를 가진 새였다. 나머지 아이들은 동물이 아닌 다른 것들을 그렸다. 작가도 충격이었다고 하지만 나도 충격이었다. 아프리카의 아이들은 당연히 자연 속에서 살아 동물들을 더 많이 접하고 더 잘 알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들은 코끼리도 모르고 얼룩말도 몰랐다. 아프리카 전역에 야생동물들이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와 작가는 몰랐나보다. 아니 인식을 하지 않았을지도. 책도 텔레비젼도 없는 아이들이 그런 동물을 알리가 없었다. 우리가 그네들의 삶에 무지한 것처럼. 세상의 모든 것에 관심을 두고 살 수는 없으니, 또 내 나라에서도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이 많으니까, 나 역시 하루하루를 팍팍하게 살아가고 있으니까, 내 자식 학원비도 없는데...우리에겐 각자의 이유가 있다. 그러니 나나 누군가를 탓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이젠 조금이라도 알아버렸고, 또 한 번 마음에 담아버렸다. 난 아이들의 엄마이고 아이들의 이야기였다. 아프리카에 있는 내 아이들을 위해 동물이 가득 들어있는 책 한권을 선물에 추가해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멍하니 앉아 있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사진을 보면서 ' 그래도 뭐든 움직여야 살지. 가져다 주는 것만 먹고 살려니 갈수록 힘들어지지.'란 생각을 해 본 적 있지 않을까?  난 있다. 그런데 내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알았다. 노력하지만 결실을 맺지 못하는 것 뿐이라고 한다. 씨를 뿌리고 뿌려도 비가 내리지 않으니 자라지 않고 수확을 할 수가 없어서란다. 수용소에 있다가도 비가 내렸다는 소리만 들리면 마을로 돌아가 씨를 뿌리고 뿌리며, 얻어 먹는 것보다 내 손으로 거두고 싶어한다했다. 이건 다른 책<세상을 바꾼 예술작품들>에서 읽은 내용인데 쿠바의 호세 마르티라는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게으르지도 않고 그렇다고 성격이 고약한 것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가난한 사람이 있다면 ,그 곳은 불의가 있는 곳이다." 그럼 기아로 굶주리는 여러 땅의 불의는 무엇일까? 세계의 불의는 무엇일까?

불행한 내전들 중엔 강대국의 이해관계로 인해  게릴라를 지원하고 부추겨서 국가 전체가 황폐해진 경우가 많았다. 한 국가 안의 다양한 민족간의 분쟁도 있었으며 이유야 무엇이었던, 내전이던 전쟁이든 그 아픔은 너무 길고 뼈저린듯하다. 내 나라에서도 겪은 일이지만 난 조용할 때 태어나 안락하게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끝없이 감사해야할 일인듯하다. 내 아이들을 안정된 공간에서 키우게 됨을 정말정말 감사하게했다.

아이들을 지뢰받이로 내모는 어른들, 아이들의 호기심을 끌만한 장난감에 폭탄을 설치하는 비정함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다. 작가는 그 속에서도 더 나은 상대를 축복해주는 아이들을 만났다고 한다. 아이들은 어른을 믿고 죽어갈때도 원망없이 죽어간다고 했다. 사람들이 어디까지나 잔인할 수 있을까 싶은 부분도 너무 많았다. 인간의 존엄성...그런게 과연 있기나 하는 것일까? 생사의 기로에 서있는 그들에겐 절박한 것일까? 그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있는 것일까? 자꾸 하다보니 목적은 잊고 습관이 되어버리진 않았을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내가 그들이 아니기에 잘못되었다고 말하면서도 돌은 던질 수가 없다.

좀 더 많은 이들이 아이들의 이야기를 읽어주면 좋겠다. 한 번쯤 내 삶을 떠나 다른 이들의 삶에 아파해보면 좋겠다. 조금씩 조금씩 관심을 가진 이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2002년에 초판한 책이라 지금은 상황이 많이 나아진 나라도 있다고 하니...희망은 있는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