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류의 동화를 패러디 동화라고 하는지? 아이들이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책 앞뒤에 있는 보스니아 내전에 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먼저 나누어보고 읽으면 어떨까싶었다. 물론 순서는 중요치 않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안데르센 원작의 성녕팔이 소녀와 기본 이야기는 크게 다르지 않다. 안데르센의 이야기가 아름다운 슬픔으로 포장되어 비춰지는 것이라면 이 책은 현실감을 아주 잘 살렸다고나 할까. 그림부터가 무겁다. 폐허가 된 도시가 무대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참 많은 손을 거쳤다. 원작자 안데르센, 할머니께서 들려주셨던 <성냥팔이 소녀>와 보스니아의 사라예보 이야기에 가슴아파했던 니콜 뒤루아(보스니아 재전을 취재한 종군기자) 그리고 니콜 뒤 루아가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 글을 적고 그린 조르주 르무안, 본문 아래엔 보스니아 종군기자 오즈렌 케보가 쓴 <지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에서 발췌한 글...

본문 아래의 오즈렌 케보의 글이 가슴 아프게 와닿는다.
누구라도 누더기 옷을 입을 수 있습니다. 누더기 옷을 입는 것은 창피한 일이 아닙니다. 사라예보는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죽어가고 있습니다. 한 소녀가 다리를 지나가다 저격수가 쏜 총에 머리를 정통으로 맞았습니다. 배고픔이 닥쳐올 것이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보스니아에서 도서관을 찾을 수 없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보스니아에서는 희망의 불꽃이 타오르기를 멈춘 지 오래입니다. 사라예보에서 태어난 한 여행가는 사라예보야말로 하늘이 내려 준 도시이며 자신이 본 도시 중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말했습니다. 12월이 되고 눈이 내리면 모든 것이 침묵 속에 묻힙니다. 성냥 하나를 긋자 불꽃이 하늘로 피어올라 도시 절반이 밝아집니다. 끔찍한 일은 자연을 거스르는 것에서 나옵니다. 시간이 지나자 사라예보는 다른 어느 도시보다도 고통스러웠습니다. 사라예보는 온통 상처투성이입니다. 아스팔트 위에 남은 총탄 자국은 장미를 닮았습니다. 매일 죽음 곁에서 살아간다면 죽음에 익숙해질 것입니다. 지금 이 글만 읽는다면 무슨 내용인지 연관성을 찾아 읽을 수 없겠지만 그림과 함께 하면 이야기는 또 달라진다. 아픔이 깊어진다. 아이들이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엔 쉽지 않은 내용이다. 하지만 한 번쯤 읽혀주고 싶은 책이다. 읽혀줘야만 할 것 같다.

요즘 기아와 내란으로 고통 받는 아이들의 모습에 대해 새롭게 알아가고 있다. 주로 배경이  더운 나라였는데 이 책은 추운 겨울이다. 그래서 표현된 그림마저도 더 차갑게 느껴지는 것일까? 더운 나라의 기아와 내전은 말라버린 자연이지만 그래도 자연이 나오는데 그와는 달리 황폐해진 도시에 홀로 떠돌고 있는 작은 소녀의 이야기가 우리 현실과의 거리를 더 좁혀주는듯도하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현재 휴전상태에 있기 때문에 좀 더 마음이 갔을까? 내 아이가 그 속에 쉽쓸리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 일까?

"어른들의 전쟁으로 희생된 전 세계의 어린 영혼들에게 바칩니다. "라 적혀있다. 책머리에...무어라 표현하기 어려운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