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세계테마 기행 시리즈 중 한 권 "요르단"이다. 다른 책에 앞서 이 책을 잡은 이유는 익숙하지 않은 나라이기 때문이 아니었나싶다. 익숙한 이름의 나라라고 할지라도 그닥 아는 것도 없지만 요르단은 누군가 이름을 말하지 않음 되뇌여지지 않을 나라이기에 더 미지의 땅같이 느껴진 것이겠지. 유별남, 저자의 이름을 보니 이 편 또한 EBS방송을 통해서 본 나라임을 기억해내었다. EBS 세계테마기행의 또 다른 맛은 여행한 사람, 책을 쓴 사람들이 나름대로 그들의 특징이 강하다는 것이다. <말리>를 여행한 최종원님은 배우로 지긋한 연배의 삶의 연장자로서 세상을 바라보았다면 요르단을 여행한 유별남님은 사진 작가의 눈으로 요르단을 보고 쓴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말리>편보다는 더 많은 사진들이 함께했다.

한 두 페이지를 펼치자 황량한 언덕에서 낙타가 황량한 마을을 내려다 보는듯한 사진이 있다. ’아! 요르단은 황량한 곳이구나’하는 생각 낙타의 시선이 작가의 시선이었을까? 첫페이지부터 인상적으로 들어갔다. 사진으로 펼쳐진 광대한 계곡 와디 무집, 사진의 크기가 작다는 것이 무척 아쉬웠다. 기억을 더듬었다. 전에 봤던 영상을 떠올려보려했는데 이렇게 멋진 풍광이 왜 이렇게 떠오르지 않을까? 황량한 계곡인데 그 땅의 마른 굴곡의 색이 땅이 왜 이렇게 눈을 잡는 것인지...사막에 계곡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 상식을 떠난 일이기에 그런듯하다. 와디 무집으로 탐험을 떠날 작가의 다음 글이 은근히 기대되었다.

사막의 뜨거운 폭포 함마마트 마인, 사막은 폭포마저도 뜨거운건가? 사진상의 폭포는 꽤 많은 수량을 가지고 있는데...온천수가 폭포로 쏟아져내리는 거란다. 사막의 오아시스 정도라면 어릴적 본 만화의 한 장면을 생각해볼 수 있지만 사막과 폭포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더더구나 뜨거운 폭포라니..어딜가나 적극적인 서민들의 친절은 여행자를 행복하게 해주나보다. 방송 카메라가 함께 가서일까? 여행자들에겐 항상 내국인의 친절이 항상 따라다녔다. 관광버스 타고 신혼여행 간 것이 외국 여행의 전부인 나는 그저 신기하기만하다. 난 지나가는 외국인들에게 먼저 다가가 친절을 베풀지 못하는데 그저 눈 마추치면 활짝 웃으며 눈인사 나누는 정도가 고작인데...내가 여행을 떠나도 이런 이들을 만날 수 있을까? 손을 내밀었을 때 의심없이 따라나설 수 있을까?

카락 성채...내가 사진으로 보기엔 그리 견고해 보이지 않았는데...꽤 전략적인 요충지였나보다. 난공불락의 성이라 했는데 아무래도 가서 확인해봐야 그 느낌이 다가올듯하다.

드디어 궁금했던 무집 탐험에 나서나보다.무집 자연보호구역...우와! 콸콸 계곡을 흐르는 물이 신기하다. 풍부한 수량...폭포...사막에서 이런 곳을 만나는 느낌...사막이기에 더한 감동이 있지 않았을까싶다.

"내가 생각하고 상상했던 모든 것들이 이렇게 한순간 다른 차원과 교차될 수 있다니. 이것이 바로 길을 떠나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특별한 혜택일 것이다." 나도 작가처럼 느껴보고 싶다. 이렇게 이야기해 보고 싶다.

제우스 신전이 요르단에 있었구나. 제라쉬에서 가이드를 만날 때 작가의 스쳐지나가는 고민 이해가 된다. 정말 어떤 가이드를 만나냐에 따라 보고 느끼는 것이 달라지기도 하고 여행의 즐거움이 배가 되기도 반이 되기도 하니까. 맘에 드는 분을 만났다니 다행이었다. 좋은 이야기를 계속 들을 수 있을테니까. 제라쉬에서 로마 유적지가 25%밖에 발굴되지 않았는데도 상당하다고 했다. 로마라 하면 아직 내겐 영화속에서의 느낌이 강한 옛 제국일뿐이다. 가서 보면 어떤 느낌일까..이제 갓 숨은 옷을 벗고 나서는 유적과 맞닥드린다면 그 느낌은 어떠할까? 예전엔 황폐한 유적이 어떤 의미를 줄 수 있길래 그렇게 떠나는걸까 싶었는데 이제 나이가 들어가는지 내 눈에도 뭔가가 보이기 시작하고 있는듯하다. 사진으로라도 볼 수 있어서 좋다.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기엔 여행만은 못하겠지만 그래도 적당한 자료가 되어준다.

다음 여행지는 페트라였다. 알 카즈네...사진을 보니 눈에 좀 익숙한 곳이었다. 참 권력은 대단한 것이다. 어떤 권력자의 힘으로 건축하지 않았을까? 외형과 규모와는 달리 내부는 작은 방들로 되어 있다했다. 아..나도 조금은 실망. 전면같은 아니 어쩜 전면보다 더한 근사함이 안에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보물창고에 걸맞는 어떠한 무엇이..하지만 그건 아닌가보다. 알 데이르 수도원 설명 옆의 사진은 참 대단한 자연이다. 사막에 정말 저런 곳이 있을까? 싶다.

"느슨해진 신발끈을 조여 매고 가야 할 길을 바라본다. 그래, 멈추지 말자. 이 길을 오른다고 해서 천하를 얻는 것은 아니겠지만 최소한 나 자신에게는 자랑스러울 것이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서 기다리는 무언가를 만날 수 있겠지.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한 마디씩 가슴을 스치는 말을 작가는 남기고 있구나.

사해를 거쳐 붉은 사막 와디 럼으로 떠난 작가. 와디 럼은 옛날엔 깊은 바다였다한다. 사진으로 보이는 사막이 정말 붉다. ’베두인 위스키’를 가이드가 해주겠다고 했을때 작가는 은근히 말 그대로의 술을 기대했다. 하지만 이름만 위스키이고 홍차였다. 작가가 왜 위스키라 하는지 따지듯 물으니까 가이드 아띠그 왈 "멋지잖아!" 프훗..글을 읽는 나도 순간 삐집고 나오는 웃음을 어쩔 수 없었는데 작가는 어떠했을까?

사진 속에 가득한 사막의 별들이 왜 이리도 부러울까...

다음 여행지는 아카바...사우디아라비아와 영토를 맞바꾼 곳이라했다. 중동에서 석유가 나지 않는 유일한 나라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와 맞바꾼 그 땅에서 석유가 나왔다하니 얼마나 속상했을까? 하지만 바다를 얻은 것을 큰 축복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사막의 내륙 국가인 요르단, 바다가 그리도 그리웠을까? 세계로 통할 수 있는 바다가...

암만을 마지막으로  작가의 여행은 끝이 났다. 하지만 작가는 책을 쓰기 전에 다시 갔다왔다한다. 그만큼의 노력이 더 깃든 책이 아닐까한다. 책을 덮으며 나의 요르단 여행도 끝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