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고은 시인의 소식이 들렸었는데, 결국 좋은 소식까지 듣진 못하였다. 노벨상 수상자가 되면 처음 듣는 이름의 작가라도 그 작가의 작품을 찾아보고 관심을 가졌는데 가만생각해보니 고은 시인 이름만 알고 그 분의 시는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고은 시인의 많은 시집 중에서 선택해서 사게 된 책이다.

이 시집은 고은 시인의 고희를 축하하기 위해 김승희, 안도현, 고형렬, 이시영 네 명의 시인이 시기별로 분담하여 후보작을 고른 후 백낙청님이 후보작 중에서 선정하여 엮었다고 한다. 발표연대순으로 배열되었다고 하기에 시인을 이해하기에 좋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 능력으로 세세한  변화까지 알 수는 없었다.

시집을 읽어보고선 노벨문학상을 받을만한 시인이다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노벨문학상을 받지 못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 시의 감성을 한 민족이 아닌 다른 나라사람들이 어떻게 백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 책에서 만나지 못한, 그들도 이해할 수 있는 더 많은 시들이 내년 노벨문학상의 이유가 되어주면 좋겠다.


          새 벽

그가 항상 먼저였다
어둑어둑한 데서
거리의 쓰레기를 쓸고 있었다
그들이 먼저였다
공장으로 가는 그들이 먼저였다
첫차는 씽씽 달려간다
이때뿐이다
가장 좋은 때는 새벽뿐이다
그놈들 아직 자니까 뻗어 있으니까


               밥

수북수북 눈 쌓여 날짐승 궁하다
개밥그릇에 와서
개밥 남지기 잘도 먹네
까치 두 마리
아침 저녁 꼭 와서
개 먹고 나면 잘도 먹네
개 보아라 제 밥그릇에
까치 와도 으르렁댈 줄 모른다
이래야 한다 이래야 한다
멀리 산 하나 솟는다
이 세상의 밥 이래야 한다


         먼데

바람 부는 날
먼데 바라보면
거기가 내 고향입니다

사람에게는 먼데가 있어 축복입니다

미안하여
닭과 중병아리들에게 모이를 주었습니다
바람에 잔털 좀 들리는 중병아리들에게
구구구 소리도 주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난 읽고 이해가 쉬운 시가 좋다.
역사와 민족의 삶에 대해서도 이해가 부족하기에 이제서야 노력 중에 있는 중이다.
이 책의 시들은 그리 만만하지가 않다. 
시 한 편이 주는 무게감. 
그 무게감을 어찌표현한다.....?

읽다보면 빨라지기도 느려지기도 하는 시의 느낌.
이런걸 운율이라하나?
아니, 공감하는 마음일게다.
시는 분명 내가 읽는데 시를 읽는 마음의 속도는 내 마음대로 조정이 되지 않는다.
시가 끄는대로 이끄는대로 빨라졌다 느려졌다 느려졌다 빨라졌다. 
참 다이나믹하다. 리듬감이 있다. 
아니다. 우리 시에 적을만한 적당한 언어가 뭐가 있을까? 
고민고민했지만 적당한 단어를 찾지 못했다.
내 나라의 언어를 내 나라의 언어답게 토해낸 시인 앞에 부끄럽다.

시에서는 세상을 보는 시인의 마음을 보고, 내 마음은 숙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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