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 잠들기 전, 치은이가 준 생일 선물이다. 마지막 사진엔 "엄마 사랑해요"  
상자에 넣고서 흔들지 말고 반듯하게 그대로 열어봐야한다는 말을 남긴 이유를 열어보니 알 수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엄마 생신 축하합니다." 문자도 보내주는 센스~

샤워하고 나오니 욕실 앞쪽에 테이크아웃커피잔을 둘러싸고 있는 종이를 이용해 하트를 만들어 두었다. 예전에 입구 바로 앞에 하트를 두니까 엄마가 못보더라고 이번엔 내 키만큼의 거리를 두고 놓아두었다.

수영을 하고 차를 타고 오면서는 혼자 중얼거린다. 
"엄마 생신이 다른날과 너무 똑같아. 좀 달라야하는데..."
수영장 갈 때부터 정전이었는데 돌아와도 정전이었다.
다행이 등만 나간 상태라 냉장고는 무사~~
잠시 어둔 곳을 보려고 손전등을 찾았는데 아들 눈에 딱 포착되었다.
현관 입구를 보라면서...큰 거울에 비친 하트....
손전등으로 하트 반을 그리며 거울을 통해 온전한 하트가 되도록...^^

온종일 둘째의 이벤트가 이어졌다.  

어릴적에 색종이 고리를 이어 장식했던 기억을 되새기며, "했으면 좋았을텐데 집이 너무 큰가?" 하면서....또 중얼중얼...

VIPS에서 저녁을 먹고  헬륨풍선을 두개 얻고, 나오면서 하나를 더 잡았다. 집에서 케이크에 초를 밝히고 부는 순간 손에 쥐고 있던 풍선을 탁 날리며..."Wow~" 크크... 잠들기 전에 열렬한 생일 뽀뽀를 남기고 갔다.

우리집 구두쇠 휘은이가 갑자기 엄마 생일 저녁을 자기가 사겠다고 했다. 
"VIPS나 아웃백이나 한우나 엄마가 드시고 싶은 걸로 드세요~" 
마음 만으르도 고맙다고....아직은 그렇게 선물을 하기엔 너무나 큰 돈이라고...정중히 사양을 하고....
온종일 아들의 챙김과 배려를 선물로 받았다.
케이크 사들고 오다 덜컹하는 차에서 케이크를 앞으로 떨어뜨렸지만...사각 케이크는 무사했다...
아빠께 한소리 들을뻔 하다가 무사~~~^^
치은, 형아가 엄청난 뽀뽀를 생일선물로 남기는 것을 보더니, "형아~ 내 생일때는 뽀뽀 선물로 하지마~"
치은이는 형아의 뽀뽀, 아빠의 뽀뽀를 싫어한다. 침 묻힌다고...크크..

신랑은 퇴근할 때까지 아무런 연락도 없더니 이른 퇴근을 하고 들어와서는 부엌부터 달려간다.
뭔 일인가 했더니...출근해서 생각하니 미역국을 내 손으로 해서 먹어야하는구나 생각하고, 해줄까하고 끓이는 법은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왔다고...근데 와서보니 해먹었네...미안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그 참...새삼스레...올 해가 결혼 12년째인가? 한 번도 미역국 끓여준 적도 없고 말 내어본 적도 없는데 별일....뭐...미역국 끓일 생각을 해 준 것만으로도 땡큐~~~^^ 내년엔 기대해볼까나??

남편의 생일 선물? 어...없네....아들들더러 십만원씩 내놔라고...아빠가 이십만원 보태 핸폰 바꿔줄거라고 두달 전부터 노래였는데..조용히 지나가네. 크크...아들들에게 괜찮다고 했더니...엄마꺼 더 쓸거라고 했더니 그냥 넘어간걸까? 아님 원하는 폰이 아직 안나와서 일까...어째거나 조용히 넘어갔다. 생일 선물...거의가 외식으로 끝나기에 항상 그러려니....글구보니 작년엔 후리지아 받았는데...

참, 아침엔 수원와서 만난 지기가 생일을 기억하고 선물을 가지고 다녀갔다. 새벽부터 울려대는 축하의 메시지도 기쁨....^^
침묵속의아우성님께서 챙겨주신 선물도 도착하고...친구의 선물, 내일쯤 도착할 선물도 어디선가 밤을 보내고 있겠지...
단정하고 조용하며 기분 좋은 나의 오늘이 저물었다. 나이 들어감을 즐거워할 나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생일날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