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디깊은 동양고전, 서양고전, 신화 등을 문예작품 사례로, 글쓰기와 더불어 예술의 혼이 그득 담겨 있는 통찰 담긴 책이며, 인물과 사상, 미학에 관한 무게감 느껴지는, 진중한 독서였다.

 

  주관적으로 생경한 이야기가 제법 담겨 있어, 속독으로 대충 접근해서 읽으면, 제대로 소화가 안 되어, 엉금엉금 느린 독서를 택했다. 정독해도 절반이나 이해할지? 내가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를 뼛속까지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기원해본다.

 

  뭔가, 분위기가 을씨년스러운 느낌이 스미어 있는 책 같고, 그 부분이 책 제목과 주제에는 어울린다. 예술에 대한 지적 탐구가 과하게 정말 과하게 담겨 있는 것 같고 크크크, 초보 수준인 나는 진도 빼기가 더디고 읽을수록 감질났다. 이런 느낌, 나에게 좋은 현상이다!

 

  이렇듯, 언어의 힘도 깊디깊은 마음가짐으로, 다시금 인식하는 뜻있는 독서였다. 모순을 관통하며 질주하는 삶, 열정과 삶에 대한 예민한 감각, 인간의 고통을 넘어 모든 생명을 아우르는 실천 등, 밑줄 그은 주옥같은 구절이 많았고, 대체로 철학적이다.

 

  오늘날 시장의 욕망과 시대의 공허한 무의식을 반영하는, 대량생산 가속성 메커니즘의 현대 예술의 이면을 지각하는 부분도 인상 깊었다.

 

  (p. 97) 릴케의 침묵- ‘빛과 어둠이 궁극적으로 서로를 채우듯 진정한 삶을 위해선 어둠의 공간이 필요하다. 열렬한 사랑은 뼈아픈 결별의 가능성을 전제한다. 감추어진 존재와 삶의 비밀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마침내 당도한 비밀의 문 앞에서 고통스럽게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것이 바로 침묵이다. 그런 내밀한 침묵을 긍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불면의 밤 고요한 내면의 세계로 침잠하여, 내면의 목소리를 깨닫고 창작의 불꽃을 댕기고 싶은 나의 욕망을 감지하며, 매력적인 책을 만나게 되어 영광이었다. 마치 되새김질하는 소 같은 리뷰가 된 것 같은데 나는 만족한다. 진중한 자세로 책을 몇 번 더 헤아려야 제대로 이해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