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쓸 때 책과 웹사이트에만 의존하기보다는, 관련 분야 전문가와 얘기하는 걸 좋아한다는 작가의 말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책 속 세밀한 묘사(등장인물 생활습관, 가치관) 인상 깊다. 내가 이 책을 접할 때쯤, 주관적으로 독서력이 떨어져서 주의가 산만했는데, 제법 복잡하지 않은 구조로 탄탄하게 풀어가는 이야기에 흠뻑 빠져 몰입하고, 다시 책과 친해져서 아주 감사함을 느낀다. 계절의 영향인지 가을부터 싱숭생숭 책과 절교하며 살았고, 내면이 가난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다행히 흡입력 있는 책과의 만남, 가문의 영광굴비다. 책 제목이 ‘무게’이고 부제가 ‘어느 은둔자의 고백’이라서, 뭔 충격적인 범죄 소설인가? 엉뚱한 예상도 했는데, 그런 건 전혀 아니고, 인간관계, 소통, 가족, 고독, 희망, 죽음 등 두루 섬세한 감정을 살펴본, 제목처럼 무게감 있는 소설이다.

 

  책 속 인물들의 조금씩 빗나가는 인연의 향방이 안타깝고, 이야기 속 빈부격차와 현대인의 고독, 남 일 같지 않은 느낌이다. 등장하는 인물 중에 특별히 나쁘거나 그런 편 가르기 식의 흔한 자극적인 소재의 인물은 없었고, 사회의 흐름 속 시대상을 바탕으로 고립이나 인간의 욕망, 나아가 대안 가족이라는 의미 있는 해결책도 제시하면서, 공감을 이끌어 낸 성장이야기 뜻있다. 한국사회만 유독 학벌에 집착하고 부모의 욕망을 자식에게 투영하고 그런 줄 알았는데, 세상만사 사는 모습이 동·서양을 넘어 비슷하다. 물론 그 욕망에는 억압도 존재하고 더불어 사랑과 희망도 담겨 있음을 알고는 있다. 어쨌든 책을 읽고 나니, 회피보다는 굳은 의지로 소통하며 살아가야 하는 깨달음도 얻었다.

 

  끝 부분에 ‘리즈 무어 작가와의 인터뷰’도 담겨있고, ‘독서그룹가이드’ 제법 예리한 책과 관련된 질문도 흥미롭게 담겨있어, 책을 깊게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