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동화로 풀어가는 ‘스토리텔링을 위한 이야기의 원형 시리즈’ 흥미진진하다. 어린이 동화쯤으로 인식했는데, 다양한 상징이 담겨 있어, 꽤 신선했다. 책을 통해, 신데렐라의 삶을 돌아본 것과 더불어 나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돼서, 영양가 가득 있는 가을독서였다.

 

‘자기 안의 부정성’ 인식하고 극복하기, 친숙한 여러 동화로 접근해서 풀어가니, 꽤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또한, 신데렐라 이야기에 국한되지 않고, 동·서양 신화를 두루 소개하고 있어, 주제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삶 속 ‘재의 시기’ 더불어 운명의 굴레를 벗어나 내적인 성장의 길로 나아가는 일이 호락호락하지는 않았지만, 생의 흐름에 있어, 대단히 의미 있는 경험이다.

 

  p.283 신화학자 조셉 캠벨이 말했듯이 신화나 동화, 민담, 설화 등은 우리의 삶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그것들은 우리 삶의 씨줄과 날줄을 보여 주고 우리가 길을 잃었을 때 나아갈 방향을 암시해 주며 수많은 문제의 해법과 관점들 그리고 실마리를 제시한다.

 

 

  이렇듯, 심연으로의 추락 ‘재의 시기’에 함몰되지 않고, 삶을 환기하는 뜻있는 시간으로서의 ‘재의 시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인식의 전환, 아주 중요하다. 다시금 스토리텔링 치유의 힘을 깨우치는 독서였다. 책 속 ‘아메리카 인디언들(p.109)’의 지혜를 본보기 삼아, 자기 안의 부정성에서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임을 명심해야겠다. 책을 읽고 나니, 나만의 스토리텔링 습작노트를 만들어 보고 싶은 꿈도 생겼다. 여러모로 훈훈한 독서였다. 책 속 '참고 문헌' 부분도, 주관적으로 꽤 관심이 가므로 꼭 찾아서 읽어야겠다.

 

p.14

잿빛의 아름다움

 

긴 생의 어느 한 때

강렬히 타오르던 불꽃이 모두 사그라질 때

그 불꽃의 아름다움을 욕망하고

그 열정의 짧음을 아쉬워하며

마침내 내 모든 것이 다 끝났다고 느낄 때

 

그때 마치 처음처럼

이 잿빛의 아름다움을 만나게 된다

찬란했던 모든 빛깔이 소멸되고

사람의 마음 공간과 눈에 보이는 세상의 공간을

가득 채우고자 했던 내가

마침내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가 되어 버릴 때

 

‘나는 모른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나 아니어도 모든 것이 다 괜찮다’라고

놓아질 때

 

원형의 아름다움이 드러나는 그 자리

존재의 온전함이 드러나는 그 때가

실로 이 세상의 모든 빛깔이 온전히 아름다울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