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나에게는 공부하면 할수록 그 매력의 깊이를 가늠하기 힘든 것이 하나 생겼다. 바로 북유럽의 그렇게 크지도 않은 몇 나라들이다. 

   재핀란드 큐레이터(이외 아티스트, 디자이너, 아트디렉터를 겸하는 전천후 예술가로서 외국에서는 Amie Ann으로 불린다고 한다) 안애경씨가 기획한 NORDIC DESIGN(노르딕디자인)전이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지난 5월 아침 신문에서였다. 바로 메모를 하고 시간을 내어 가서 관람을 했다. 알뜻말뜻 했지만 하여간 노르딕 문화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리고 9월에 아이들이랑 집사람이랑 같이 모처럼 시간을 내어 헤이리를 방문했었는데, 북하우스의 맨 윗층 코너에서 발견한 책이 바로 이 ’핀란드 디자인 산책’이었다. 북유럽 제국은 아직 우리 나라에는 생소한 것 같다. 해당 나라들에 대해서 소개해 놓은 책들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니 말이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보게 되었으니 어찌 반갑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저자가 그야말로 발품을 팔면서 핀란드의 이곳저곳을 살방살방( ^ ^ ) 산책하면서 담아낸 사진들을 곁들이며 역시나 큐레이터답게 능숙한 솜씨로 생활속에 녹아들어 있는 핀란드 디자인 전반을 설명해 준다.

   첫 장에서는 일상속의 디자인을, 둘째 장에서는 공공시설들에 스며 있는 자연과 인간에 대한 배려가 엿보이는 디자인을,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 장에서는 핀란드 디자인의 다양한 모습을 소개한다.

   폐기물들만을 모아 와서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훌륭한 상품들로 탈바꿈 시키는 Globe Hope(글로베 호프)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나로서는 큰 수확이 아닌가 싶다. 일명 에코-프렌들리 브랜드이다. 핀란드는 물론 유럽의 여러나라에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고, 이웃 일본에도 소개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사미 린네(Sami Rinne)에 대해서 알게 된 것도 나로서는 무척 호기심 동하는 일이고, 미나 아끼위르까의 그림을 바탕으로 제품화된 소를 주제로 한 컵, 접시, 쟁반 등도 꼭 한 번 직접 접해보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한다. 

  핀란드 초등학교 식당을 방문한 한 한국인 교사가 했다는 "오가닉 채소인가요?"라는 질문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를 모르고, 한국의 먹을 거리의 문제들의 심각성에 대한 추가 설명을 듣고서야 짐작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책의 말미쯤에 나온다. 도시 거리의 돌맹이 하나를 옮기는 일에도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는 이야기도 어디쯤엔가 나온다. 

 자연과의 조화, 인간에 대한 배려를 중시하는 그들의 삶을 생각해 보며, 4대강사업으로 시끄럽고 용산참사를 아직도 강건너 불구경하는 정부을 가진 우리의 현실을 꼽씹어 보게 된다.

   참! 이 책의 판매금액의 1%는 희망제작소에 기부된다고 한다. 좋은 책을 보고 또 결과적으로 좋을 일도 하게 된다니 기쁜 일이다.
    *다른 글에 대한 서평은 http://blog.naver.com/nordicpark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