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차 외국을 방문하게 되면 언어가 짧아 무슨 말인지 알아 보지도 못하면서(허세의 전형 ㅋㅋ) 꼭 시간을 내서 해당 방문 도시의 서점을 찾는 버릇이 있다. 미국이나 유럽의 도시들, 그리고 중국의 도시들의 서점들을 돌아 보며 딱 공통적인 느꼈전 점이 하나 있다. 책값이 비싸다는 점이다. 미국이나 유럽은 소득수준이 높아서 그런다 치더라고 중국의 책값 비싼 것(소득 수준 대비)을 보고는 혀를 내두른 적이 여러 번 있다. 

  내 경험으로는 한국은 책값이 아주 싼 나라다. 글쎄... 이것이 정부 정책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서 책을 만드는 사람들을 충분히 먹고 살만하게 해서 의욕을 갖고 책을 만들게 하고, 독자들은 또 저렴한 만큼 책을 많이 사서 읽고 하는 선순환의 경우라면 좋을 일이지만...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오히려 현실은 위와 정반대가 아닌가 해서 나로서는 씁쓸한 마음이다. 정부에서 화끈하게 지원을 하든가, 책값을 화끈하게 올려도 좋으니 한국 저자들의 책도 더 많이 내고, 외국 저자들의 책도 가급적 많이 번역해 내고, 우리 나라 사람들도 좀 비싸더라도 책값만큼은 아끼지 말고 쓰고 책 많이 읽는 문화가 하루 속히 정착 되었으면 하는 게 책에 대한 솔직한 내 생각이다. 

  뜬금 없이 책값 얘기를 꺼내는 것은 이 책 ‘북유럽 스톡홀롬의 핸드메이드 인테리어’의 책값에 대해서 내가 처음에 잘 못 가졌던 생각에 대해서 반성하기 위해서다. ‘북유럽’으로 시작하는 책이니 (언제나 내가 그렇듯이 ^^) 무척 대고 사기는 했지만, 123쪽짜리 책이 13,000원이었다. 페이지수를 감안하면 상대적으로는 좀 비싸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잠시 했었다. 어제 사무실로 배달되어온 책을 들춰 보기 시작해서 저녁에 집에 와서는 기어이 끝을 보고 나서는 책값 좀 더 받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어판 번역 제목은 ‘‘북유럽 스톡홀름의 핸드메이드 인테리어’이지만 일본어판 원제는 ‘북구 스톡홀름 : 나의(집) 인테리어’ 정도로 하면 될 것 같다. 굳이 제목을 문제 삼은 이유가 있다. 제목만 보면 ‘핸드메이드’라는 말이 포인트가 되는 책 같지만, 내가 읽은 느낌으로는 홈인테리어 전반에 관한 책이라는 인상 때문이다. 일본어판 원제가 더 정확한 표현이 아닌가 해서 하는 말이다. 한국에서는 DIY 혹은 핸드메이드에 관심 많은 독자를 유혹하기 위해서 그렇게 제목을 붙였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가 본 이 책은 그랬다.

스웨덴 스톡홀름은 발트해와 밀라렌호에 둘러싸인 14개의 섬이 모여 이루어진 도시다. 그리 크지 않은 도시로 감라스탄, 쇠데르말름 리딩외, 쿵스홀맨 등등 13~4개의 지역으로 세분할 수 있다. 이 책은 이 스톡홀름의 각 지역에 거주하는 다양한 직업의 보통 사람들이 평소에 어떻게 집안을 꾸미고 생활하는지를 14개의 가정을 일일이 방문해서 카메라를 직접 들이 대고 촬영한 것을 편집하고 설명을 덧 붙인 것을 주내용으로 한다.

  겨울이 유난히 길고 혹독하게 추운 탓에 집안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아주 많은 스웨덴 사람들은 직접 자기 손으로 집안 구석구석을 꾸미는데 익숙한 사람들이다. 페인트를 칠하고, 바닥에 타일을 깔고, 수납장들을 만들고 하는 것들도 스스럼 없이 직접들 해결할 만큼 모두 수준급의 반인테리어 전문가들이다. 그런 그 사람들이 꾸미고 사는 다양한 모습을 사진에 세세하게 담은 자료를 구해 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책값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나중에 하게 된 것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복지가 잘 되어 있는 나라, 일인당 국민소득 최상위 국가군에 속하는 나라 등등으로 우리 뇌리에 각인 되어 있지만 그들이 실제 생활하는 집안의 모습은 정말 소박하기 그지 없다. 그리 넓지 않은 실내 공간에 부모들 혹은 조부모들이 쓰던 소파, 가구들을 그대로 물려 받아 쓰거나 혹은 중고판매점에서 구입해 온 것들들 그대로 혹은 페인트칠을 하거나 해서 사용하는 것들 투성이다. 컬러풀해서 아주 산뜻한 느낌을 주지만 그것은 우리가 언뜻 상상할 수 있는 Luxury라는 단어와는 전혀 무관한 풍경들이다. 소박하기 그지 없는 풍경들이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이 자유롭게 사고하면서 창의성을 키우기에는 또한 아주 적절한 공간이기도 하다. 진정한 LOHAS( 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의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 권씩 사서 찬찬히 들여다 볼만한 책이 아닌가 싶다.

   ‘핸드메이드’라는 말이 한국어 번역본 제목에 들어가 있듯이 각 장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해당 가정의 핸드메이드 소품들이 한 두 개씩 소개되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 정도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불고 있는 DIY나 핸드메이드 열풍에 따라 만들어지는 다양한 것들이 비하면 오히려 빈약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적어도 내 생각에는 그렇더라는 말이다.  

  그것 보다는 오히려 사진들 속에 비추어진 모습들 하나하나를 주시하면서 어떤 것이 정말 소박한 삶인지, 어떤 것이 진정 Sustainlable한 삶일 수 있는지, 그러면서도 정신적으로는 풍요로운 삶일 수 있는지를 반추해 보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면 이 책을 120% 활용하는 것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북유럽스톡홀름의핸드메이드인테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