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에도 북유럽 혹은 북유럽 디자인이 대한 관심이 차츰 높아져 가고 있다. 하지만 그 관심의 수준은 여전히 피상적이고 단편적인 것이 현실이고, 더욱이 북유럽 사회  혹은 북유럽 디자인에 내재된 가치에 대한 탐색 보다는 다소 이국적인 문화에 대한 동경 혹은 막연한 선망 정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우리 사회의 인식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리고 구체화하는데 꽤나 큰 역할을 했던 책이 2009년에 출간된 [핀란드 디자인 산책]이었다. 그리고, 그 책을 썼던 안애경이 이제 그 인식의 범위를 북유럽 전체로 넓힌 한층 심화된 안내서 [북유럽 디자인]을 지난 4월 시공사에서 펴냈다. 

  저자는 이 책의 영어 제목을 'WHY NORDIC DESIGN?'이라고 정했다. 이 책을 통해서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 그리고 이 책을 읽음으로서 우리가 깨닫고자 혹은 얻고자 하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정확하게 나타내고 있는 것은 바로 영어 제목이 아닌가 싶다. 

  '북유럽 디자인'에 대한 우리의 관심에서 우리가 궁국적으로 배워올만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 책에 대한 주한 노르웨이 대사 디드릭 톤세스의 추천사에 제대로 드러나 있다는 생각이다. 

"민주주의는북유럽 디자인에서 근본이 되는 중요한 면이다. 아름답고 기능적이지만 누구나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지금까지도 북유럽의 디자인 개발에서 핵심 요소이다" 

 북유럽식 사회민주주의 정치이념이 일상생활 속에 모든 부분에 뿌리 내린 결과, 그렇게 확고해진 사회적 인식은 디자인에도 자연스럽게 반영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류가 가진 자원의 유한성과 자정능력의 한계로 인해 인간의 탐욕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자체의 안녕은 심각하게 위협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지구온난화, 지속가능성 등에 대한 관심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북유럽 디자인의 철학은 바로 그런 문제들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도 제시한다고 볼 수 있다. 바로 자연과 전통을 존중하는 그들의 생활방식이 디자이너들의 내면에도 그대로 스며들어 있어 그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디자인으로 표현된다는 것이다. 

  어린이들의 예술교육 관련 프로젝트들을 꾸준히 진행해 온 이력을 가진 저자는 진지한 성찰을 통해 디자인에 있어서의 창의성이란 무엇인가에 나름의 견해를 제시하기도 한다. 창의적 생각은 결국 자유로움 속에서 생겨난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교적 그런 성장환경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는 북유럽 나라들의 교육환경이 그들이 디자인 강국임과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깊이 귀담아 들을 부분이라는 생각이다. 

  아직 충분한 수준은 아니지만, 덴마크와 스웨덴, 핀란드의 디자인 및 디자이너에 대해서는 그래도 우리나라에 어느 정도 소개되어 있지만, 유독 노르웨이는 그렇지 못한 면이 있었다. 

  올 5월에 노르웨이를 잠깐 다녀올 기회가 있었는데, 인상적이었던 것이 그 나라 사람들은 나무를 참 많이 그리고 자유자재로 활용하고 있구나 하는 것이었다. 공항 건물에서도, 도시 시골 할 것 없이 늘어선 주택에서도, 심지어는 지방의 작은 철도역의 역사 안에서도 나무는 여기저기 사용되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런 전통 속에서 발전된 노르웨이의 목재를 이용한 디자인 제품들과 디자이너에 대한 소개도 꽤나 비중 있게 다뤄 지는 점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북유럽디자인에 대한 책답게 이딸라(iittala), 아라비아핀란드(Arabia Finland) 등등의 대표 브랜드들 물론 알바 알토(Alvar Aalto), 일마리 따삐오바라(Ilmari Tapiovaara), 아르네 야콥센(Arne Jacobsen), 잉마르 렐링(Ingmar Relling) 등 북유럽 디자인의 최고 거장들에 대한 소개도 빠뜨리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북유럽의 복지국가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북유럽 문화의 전반에 대한 것으로 확대되고, 그것은 다시 그들이 유별나게 디자인에 강한 나라들이라는 데 대한 인식으로 구체화되어 급기야는 그들의 디자인을 우리나라에 소개하는 일로 비지니스의 영역을 전환했을 만큼 북유럽에 대한 관심이 각별하기도 하다. 

  북유럽 디자인 뿐만 아니라 북유럽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라면 기왕에 나온 책 <핀란드 디자인 산책>과 함께 꼭 한 번씩은 읽어 봐야할 필독서가 한 권 더 출간된 셈이다. 이 책은 우리의 북유럽과 북유럽 디자인에 대한 인식수준을 높이는 역할을 톡톡히 해 낼 것이 분명해 보인다.

 

북유럽디자인, WHYNORDICDESIGN, 노르딕파크, nordic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