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 헤이리에 있는 북하우스에 가서 ’핀란드 디자인 산책’과 더불어서 골라 왔던 책이다.요즘은 부쩍 북유럽 국가들에 관한 지식욕이 왕성한 탓에 해당 나라들이 이름만 일단 거명되는 책이면 호기심을 갖고 들여다 보는 습관이 생겨 그 많던 책 중에서 내 눈에 확 들어왔던 책이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도 요즘 핀란드교욕제도에서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우리의 성적에 따른 지나친 서열화 교육 system에 대한 반성으로 학생 개개인의 장점을 충분히 살릴 수 있도록 교육하면서도 국제학력평가에서는 항상 1위를 차지한다는 핀란드에서 배울 것이 많다는 논리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나의 경우는 북유럽에 관한 책이라는 사실 이외에 아주 개인적인 요인도 강하게 작용해서 고르게 된 책이었다.

  큰 아이를 중/고등 통합6년제 대안학교에 보내 두고 있으면서도 그 동안 내가 받아 왔던 교육방식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혹시나 기초학력 습득 부족으로 인해서 나중에 힘든 상황을 맞게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을 솔직히 100%  떨쳐 버리지는 못하고 있다. 그런 탓에 딸아이가 방학기간이 되어서 집에 머물게 되면 지나치게 자유 분방한 학습자세가 못 마땅해서 자주 부딪히게 되는 경우가 없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 대한 하나의 돌파구를 찾아 보고 싶은 아주 구체적인 필요성이 크게 작용했다는 얘기다. 다행히 큰 아이인 딸아이 뿐 아니라 지나치게 활동적이어서 걱정인 둘째 아들 아이의 교육문제에 있어서도 많은 부분 참고로 할 만한 훌륭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다.

  사실은 일본인 고등학교 2학년생이 겨우 1년 남짓 핀란드에 머무르며 학교생활을 하면서 체험한 것을 기록한 것이 얼마나 깊이가 있을까 하는 선입견도 있어서 책을 집어 드는데는 망설임이 없지 않았지만 막상 다 읽고 난 지금의 느낌은 나한테는 그래서 더 적절한 책이었다는 생각이다.

  지쓰카와 마유가 말하는 핀란드식 교육방식의 핵심은 다독에 기초한 에세이 작문과 학생들이 직접 참여해서 스스로 모은 자료들을 이용해서 수업시간에 발표하는 방식인 프리젠테이션을 통한 교육이라는 것이다.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의 교육방식과도 정면으로 반대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교사 주도의 일방적 주입식 교육, 교과서를 달달 외우고 글을 분석하고, 암기하는 방식 등이 핵심을 이루는 우리 식과는 다르다는 말이다.

  다행히 큰 아이가 다니는 늦봄 문익환학교는 이런 면에서는 제도권 학교와는 다르게 상당부분 핀란드식 방식에 접근해 있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걱정하고 불안해 하기 보다는 믿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주 저자인 마유의 어머니인 지쓰카와 모토코가 집필한 글들도 책의 중간중간에 나온다. 아이 엄마의 글 중에 내가 가장 새겨서 듣고 싶은 좋은 구절이 있었다. ’아이를 믿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핀란드에서의 교육방식이 그렇듯이 말이다.

  아이들의 교육 문제에 있어서 좀더 멀리 보고, 믿음을 기반으로 한 더디지만 스스로 자기의 길을 개척해 나갈 수 있는 방향으로의 사고의 대전환을 모색해 봐야 겠다는 생각이다.

  이 외에도 이 책에는 우리와는 전혀 딴판이 장면들도 여럿 소개 된다. 시간제한이 없는 시험시간, 대부분 에세이 작성으로 이루어지는 시험, 1년이든 2년이든 일정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유급되지만, 유급된 사람들에 대해서는 당사자든 주위에서든 전혀 아무렇지도 않게 바라본다는 점 등등.

  그들의 방식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는 맹목적인 추수도 금물이겠지만, 때에 따라서는 우리의 문제를 시정해 나가는데 있어서도 과감함이 필요함을 숙고해 봐야 하기 않을까?
    *다른 글에 대한 서평은 http://blog.naver.com/nordicpark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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