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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향기에 환상이 있다. 어느 조용하고 아늑한 시간에 블랙커피를 마시는 모습은 우리들의 여유를 상징하기도 하고 편안함을 상징하기도 한다. 어느 면에선 부를 상징하기까지 한 커피는 해외에서 들어와서인지 어느덧 환타지한 모습으로까지 상징할 수 있게 됐다. 하긴 이국의 상징이자 세련의 상징을 의미하는 커피는 비록 식사 후에 마시는 자판기 커피와 같은 서민성도 갖게 됐지만 인간적 향취를 담고 있는 고급 음료수이다.
이런 커피의 의미를 담은 노래들이 한 앨범에 모였다. 아무래도 시끄러운 음악보다 여유와 낭만이 깃든 노래들로 구성됐을 거란 짐작을 했고 그런 판단은 그다지 벗어나지 않은 것 같다. 다만 커피향의 대명사인 재즈만이 참가한 것이 아닌 다양한 음악들이 모였다.
Quintessence는 Speciality란 세련된 재즈를 들려준다. 흥겨운 어느 도시의 하루를 느끼게 하는 이 노래는 아마도 커피와 도시와의 관련성을 부각시키는 것만 같다. 또한 Pilot Jazou의 Your Crime이란 노래 역시 같은 맥락인 것 같다. 여기에 Jazzhole의 Free the Robots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커피가 도시와의 깊은 관련이 있다는 느낌은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커피가 들어오기 시작했던 서구에선 도시가 발전하기 시작했고 동양의 한국 역시 근대적 도시의 출현과 함께 커피가 들어왔다. 시기 상의 우연으로 인해 둘의 관계는 사뭇 가까워 보인다. 농촌에서 커피를 마신다면 뭔가 빠진 듯한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이 나만의 것은 아닐 것 같다.
Tamy의 Dudu는 라틴음악을 통한 커피의 매력을 보여준다. 이디오피아에서 시작한 커피는 라틴에서 그 수확량이나 문화가 폭발하듯 커져갔다. 그래서인지 커피 하면 아프리카보단 라틴이 생각나는 것도 무리는 아니게 됐다. 사실 라틴 음악 대다수가 아프리카에서 온 흑인노예의 슬픈 가락에서부터 시작한 것을 생각한다면 라틴 역시 아프리카와 연관이 깊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이미지는 지역의 특성을 생각하게 되고 그래서 발흥지보단 가장 발달된 곳이 생각나는 법이다. 그래서 커피는 라틴의 것이다.
환상적인 커피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 같은 Clodu의 Voynace는 도시적 환상 그 자체다. 오후의 어느 시끌벅적한 야외 카페에서 자기만의 공간과 시간 속에서 여유를 즐기는 한 인간이 보인다. 군중 속의 고독이 아닌 군중 속의 여유를 만끽하는 한 도시인의 모습은 우리들이 꿈꾸는 그런 모습이리라. 기계적인 것 역시 도시의 대유로 볼 때, 연주의 아름다움과 고적함, 그리고 여유가 화려한 연주 속에 느껴진다.
가장 진솔한 ‘I Love You’라는 말에 무너지지 않을 남자는 없으리라. 여자 역시 다르지 않으리라. 커피와 사랑과의 관계는 묘한 향이 나는 커피가 함께 할 때, 더욱 강해질 것이며, 모든 이의 로망일 것이다. 독특하고 달콤한 맛을 느낄 수 없어도 그 어느 것보다 더욱 달콤한 커피는 그래서 둘만의 장소에서 가장 즐기고 싶은 향기일 것이리라.
커피에 대해 보사노바만큼 잘 알고 있을까?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그리고 원시적인, 그러면서도 흥분 가득한 마음을 일깨우는 보사노바는 그래서 커피, 바로 그 자체다. Saint Privat의 Pan Am 009는 항공사의 로고송인 것 같은데 그 환상은 단순한 광고용 노래 이상이다. 여행의 낭만이 물씬 풍기는 이 노래는 어떤 면에서 커피의 매력을 담고 있다. Jazzamor의 Space Cowboy 역시 그런 환상성을 지니고 있는 보사노바다. 원시적이면서도 세련된 보사노바, 그것이 커피의 맛이기도 하다
커피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는 이 앨범에 감사함을 느낀다. 사실 생각하기 힘든 내용까지 커피와 관련해서 나에게 보여준다. 과연 나와 친근했지만 얼마까지 아는 지는 잘 몰랐다. 그래서 반갑고 고맙다. 이 앨범을 들으면서 커피를 마신다면 커피의 향기는 더욱 황홀해 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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