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가 발길을 멈추게 하는 노래들이 있다. 바쁜 생활 속에서 다 잊고 사는 사람들에겐 말이다. 과거에 대한 추억을 갖기엔 바빠서인지, 아님 과거에 얽매어 살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겐 그런 바쁜 생활이 좋은 듯해 보이기도 하다. 그러나 4Men+E*Tribe의 음악을 들을 땐, 과거로의 망각의 길로 가듯 잠시 여유를 쫓게 된다. 
  [U], 정말 오랜 만에 듣는 사랑의 노래다. Only you란 말, 정말 듣기 힘들게 된 가사다. ’꺼져줄께’라는 제목의 노래 등이 오늘의 가사의 주류가 됐다. 너 아니면 다른 남자 사귀겠다는 식의 가사 역시 넘친다. 그리고 ’밥만 잘 먹더라’는 냉소가 오늘의 음악가사를 지배하고 있다. 사랑하는 대상이 너무 흔해서일까? 사랑파트너도 자판기에서 뽑듯 우리들의 관계는 이렇게 변했다. 그래서 이 노래 가사는 흔하지 않아 보이고, 마치 20년 전의 시대로 돌아간 듯 하다. 바로 너만이 내 모든 것이란 이야기는 분명 통속적일 수 있고, 낯간지러울 수 있고, 현실을 망각한 가사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속에서 행복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의 삶의 모순이다. 상대가 끊이지 않게 있다고 외로움이 덜할까? 애절함, 이것이야말로 인간의 가치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노래는 뛰어난 R&B다. 애절한 가사를 뒷바침하는 이 화려하기 그지없는 아름다운 선율은 분명 인상적이다. 
  [Say I love you]는 앞서의 노래처럼 화려한 건반악기의 뛰어난 연주 속에 뛰어난 보컬들이 그 능력을 뽐낸다. R&B의 정통을 보여주듯 인간의 마음을 녹이는 흑인영가에서 들을 법한 보컬은 확실히 인상적이다. 건반은 어쩌면 그 투명성으로 신화와도 같은 신비감을 만들어준다. 이 노래에선 그런 인상적인 느낌을 확실하게 들려준다. 그리고 인간의 절실함을 느끼게 하는 고음은 확실히 압권이다. 
  [나쁜 놈]은 남자이기에 느낄 수 있는 그 감정일 것이다. 여자를 행복하게 해줘야 하는 강박감이 좀 슬프게 느껴진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그렇게 되어버린 불쌍한 남자의 모습이 이 가사를 만들고 말았다. 남여의 불평등이 느껴지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그렇게 살았고, 여자를 사랑하면 자연스레 생각나는 감정일 것이다. 책임질 수 없는 능력이기에 버려야 하는 나쁜 짓을 해야 한다는 가사는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며, 가장 남성적인 느낌의 가사가 다른 노래에 비해 파워풀해진 보컬의 음색 속에 들려온다. 정말 가을의 노래다. 
  정통 R&B를 들었다. 한국인의 R&B는 어딘지 창의 느낌이 들지만 이 앨범은 그런 것들을 뛰어넘어 좋은 우리들의 R&B를 소화했다. 이들의 실험이 앞으로 더욱 뛰어난 앨범을 만날 수 있도록 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