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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nemy에선 과거 60년대 복고적인 느낌이 든다. 하긴 모든 음악이 그럴 지도 모른다. 표절은 아니지만 결국 선배의 어떤 음악을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그들은 비틀즈의 후배들이다. 그래서인지 리듬과 박자 면에서 60년대의 그들을 느낄 수 있는 것은 그다지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과거완 달리 무척 장식성이 강해졌다. 직설적이기보다 우회적인 느낌이 강한 것 같다. 현대성에 맞게 변화된 것이지만 이상하게 그런 모습이 좀 걱정된다.
우울함과 긴장감으로 시작하는 ‘Elephant Song’에선 장중한 코끼리의 모습을 느끼게 됐다. 또한 시작부터 과거의 브리티쉬 록에서 들을 수 있었던 강한 기타 사운드를 여기에서 다시 들을 수 있었다. 어떤 면에서 레드 제플린의 음악과도 유사한 뭔가가 들린다. 하긴 과거의 연주 방법을 지금까지도 소비될 만큼 레드 제플린의 음악이나 연주가 좋았다. 그것이 표절 아닌 지속이라면 나쁠 것도 없다. 아무튼 이들이 브리티쉬 록이란 것은 확실하다. 거기에 울림 효과로 음악의 장식성은 환상성까지 첨가되어 있다.
전기효과로 인한 소음을 시작으로 ‘No Time for Tears’는 British Rock 특유의 환상성을 이어간다. 또한 시니컬한 목소리의 매력이 인상적인 곡이기도 하다. 냉소적인 보컬임에도 불구하고 무척 가뿐하고 밝은 어조의 노래다. Tom Clarke의 기타의 연주 역시 다양한 변주를 절묘하게 이어가고 있다. Emima Skipp의 감상적인 Back Vocal은 또 다른 매력을 전해준다. 어쩌면 핑크 플로이드의 환상적인 그 목소리가 생각난다.
정말 오래된 버전으로 이어지는 ‘51 State’속에선 Rock의 초창기의 예전 느낌이 난다. 가장 원시적인 Rock을 들었지만 너무 잠깐이라 아쉬울 때쯤 물방울 튕기는 듯한 노래인 부드러운 Rock인 ‘Sing When you’re in Love’가 들린다. 솔직히 좀 아쉽다. 너무 편한 것으로 가다 보니 흥미가 반감된다. 그러다 보니 대충 듣게 된다. 그런 아쉬움을 생각하면 차라리 조용한 기타 소리로 시작하는 ‘Last Goodbye’가 더욱 좋게 들린다. Rock의 금속성이 유지된 채, 껄끄러운 Tom Clarke의 발라드는 여유 있어 보인다. 그리고 Dirty Pretty Strings의 현악기는 발라드를 위한 긴장 이완을 확실하게 해주었다.
이런 좀 아쉬운 노래들을 뒤로 하고 선배들의 음악을 다시 재현하는 듯한 노래인 ‘Nations of Checkout Girls’라는, 소비성향에 찌든 세대에 대한 비꼬는 노래를 신나는 Rock으로 들려준다. Rock의 원시적인 리듬에 그 기쁨을 듬뿍 담고 있다. 그리고 그 냉소적인 시선 역시 원래의 Rock이 아닌가. ‘Be Somebody’ 역시 60년대로 다시 돌아가는 노래다. 아니 비틀즈의 그 느낌이 아닐까 한다. ‘Please Please me!’ 가 생각난다. Tom Boddy의 신나는 피아노 소리가 마음에 든다. 그들의 음악적 원류가 이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도시 속에서 신나게 생활하는 어느 젊은이의 낭만을 멋지게 들려주고 있다. Liam Watts의 신나는 Drum이 참 재미있다.
다시 화난 투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Don’t Break the Red Tap’e에서의 불안과 불만, 그리고 저항성이 유달리 느껴진다. Tom Clarke는 역시 이런 노래가 제격이다. 사랑 노래나 발라드에선 매력이 좀 떨어지는 것 같다. 무거운 기타 소리는 확실히 힘을 만들어 주고 있다. 계속 반복되는 ‘Shut up’은 이 곡의 거친 망아지 같은 느낌을 짙게 드리워준다. 이게 The Enemy의 매력 아닐까 느껴진다.
‘Keep Losing,’ 확실히 지친 느낌을 전달해준다. 돈 버는 것 때문에 살아가는 삶이 녹초고 됐고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린 그 어떤 자들의 패배의 모습을 아주 잘 형상화시켰다고나 할까? 가사도 가사지만 사회적 담론을 가진 이 노래의 진정한 묘미는 축 늘어진 어조로 하소연하는 듯한 목소리일 것이다. Keep Losing, 사실 남의 이야기가 아니지 않을까? 핑크 플로이드식 화음 처리 역시 듣기 좋다. 노래는 무척 슬픈 노래고 장중하지만 또 슬프다. ‘Silver Spoon’은 부자들의 상징인 은수저를 갖지 못한 Loser들의 하소연이다. 확실히 Rock이 이야기하는 주제다. 그런데 Green Guitar로 노래하겠다는 그들의 소망은 대단한 것을 할 수 없기에 그나마 할 수 있는 것으로 위로 받고 싶은 우리들의 모습이 투영됐다. There’s nothing that we can’t do는 정말 Loser의 하소연이다. 나도 그 중 하나다. The Enemy는 대단한 히트를 친 그룹이지만 Loser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불러줬으면 한다. 그리고 가사 역시 계속 이랬으면 좋겠다. 노래야 변화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데 노래 정말 길다. 11분이 넘다니… 마지막 피아노 반주의 음울한 읊조림은 이 노래의 또 하나의 매력인 듯 하다. 그래도 참 긴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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