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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계에선 최근 능력에 따라 결과가 결정되는 시대는 아니다. 그래서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에겐 안타까울 뿐이다. 이제 앨범을 발매한 가수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이런 부정적인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이 그다지 좋지 않지만 그래도 그런 분위기가 아쉬워서 그런 것일 뿐이다. 뭔가 너무 어리고 유치할 정도의 무대매너가 음악을 지배하는 요즘, 뭔가 아쉬운 것들이 계속 생기는 것은 지금의 인기 있는 음악에 대한 아쉬움이 커서일 것이다. 이런 유감스런 상황에 ‘하루’란 듀오가 나타났다.
‘하루’는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녀를 처음 알게 된 노래는 ‘타아 (他我)‘한 노래였다. 처음 그녀일 줄 알고 무척 반가웠는데 노래를 들으니 다른 가수였다. 그것도 신인 듀오이고. 아차 ㅎ하고 실망을 막 하려는 찰라, Navid의 앨범을 돌리는 순간 또 다른 좋은 가수를 만났단 느낌이 들었다. 그녀들의 음악은 기성가수 뺨친다. 준비가 많았던 성실하고 재능있는 듀오라고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녀들의 앨범 ‘Navid’는 여느 여성 가수들처럼 댄스곡인 ‘Shake Your Body’란 노래를 시작으로 앨범을 꾸미고 있다. 지금의 가요계 모습을 따라가지만 뭔가 특별하다. 마치 아랍의 어느 무희를 연상시키는듯한 음악의 분위기는 새로운 차별화를 이루려는 것만 같다. 기존의 것을 답습하겠지만 거기에 멈추지 않고 새로운 뭔가를 들려주려는 신인 듀오의 출발을 알리는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댄스곡보다 이 둘의 진가가 발휘되는 발라드 노래에 집중하게 된다. 두 번째 트랙인 ‘무궁화 지다’란 묘한 제목을 지는 이 노래는 무게가 있는 음악이다. 다소 대중적이지만 그래도 그녀들의 가창력의 가치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노래다. 그리고 무척 아름다운 노래다. 둘의 목소리의 조응은 좋은 팀의 탄생을 의미하는 것만 같았다. ‘거짓말쟁이’란 세 번째 음악 역시 장중한 음악을 따라가고 있다. 이누야샤의 테마곡을 연상시키기도 하는 이 노래는 하루의 감정 어린 목소리가 다양한 변주 속에 아름답게 펼쳐지고 있다. 평범한 음악에 청아하면서도 고음의 목소리가 잘 어우러진 노래다. 특히 터질듯한 가창력은 그녀들의 확실한 매력임이 분명하다.
다섯 번째 노래인 ‘숙제’는 좋은 발라드이자 좋은 가수가 부른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강한 호소력으로 성숙한 그녀들을 느끼게 해준다. 평범한 발라드란 생각도 들지만 아무래도 여자 가수라면 통과의례처럼 해야 할 발라드라고 생각할 때, 음 하나하나에 다양한 화음과 다양한 변주를 느끼게 한다.
Interlude의 간주가 들려오면서 분위기는 차분하게 정리될 즈음 색다른 제목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Death in Battle’은 제목과는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그루브하고 헤비한 노래가 나올 줄 알았는데 부드러운 감성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아마 좀 더 대중적인 모습으로 부르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어떻든 듣기 좋았다. ‘연인이 되어주세요’ 역시 비슷한 감성을 지닌다는 생각이 든다. 여성으로서의 매력이 한층 우러나 부드럽고 차분한 목소리에서 우리들에게 좀 더 다가온 하루가 느껴진다. Let’s Go에서의 강한 믿음으로 미래를 헤쳐나가는 그녀들의 다짐을 들으면서 그 도전이 성공했으면 바램을 갖게 된다. 그리고 무척 반가웠다. 대형가수의 출현이.

하루, Nav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