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하면 영국이나 독일, 프랑스 등에 관심이 많을 것이다. 그나마 이탈리아 정도가 좀 친근해 보인다고 할까? 그런 점에서 이베리아 반도의 오랜 역사를 지닌 스페인이란 나라는 분명 아는데 그리 쉽게 다가서지 못한 나라였다. 스페인어를 쓰는 나라에 관심이 있다 해도 중남미 지역 국가들과의 관계를 위해 배운 것이지 본국 스페인에 어떤 경제적 상업적 진출을 위해 배웠다고도 할 수 없다.
  이런 점을 생각한다면 스페인은 묘한 친숙함에 비례해서 정말 잘 알고 있는 나라는 아니다. 한국에서의 스페인의 위치는 이리도 묘한 역설이 전재한다. 그래서일까? 저자 최경희의 ‘스페인 미술관 산책’은 묘한 재미와 긴장감을 전해 준다. 스페인 미술에 대한 소개는 그리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어서인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스페인 여행을 가게 된다면, 그리고 미술에 관심이 있다면 꼭 들러야 할 것들이 있는 법이다. 이 책은 그런 즐거운 것들을 보여주는 책이다. 예술 작품을 담은 도록이 아니어서 페이지들만큼의 예술 작품들을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어디가 유명하고 어디로 가야 하며, 또한 어느 곳에 멋진 곳들이 있는지를 확실하게 들려주고 보여준다.
  유명한 곳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특히 명성이 높은 프라도 미술관과 티센보르네미사 미술관의 작품들은 참 보고 싶다. 프라도 미술관에 듬뿍 담긴 고야의 작품들은 개인적으로 꼭 보고 싶은 것들이다. 다행이 이 책에선 단순히 그림을 보여주는 것이라 그 너머에 존재하는 의미 있는 이야기들로 작품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있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작품은 마냥 작품이 아닌, 생명력을 지니면서 마치 재미있는 재담꾼이 이야기를 하듯, 끊임없는 소개와 이야기로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 하고 있다.
  또한 유명한 가우디의 건축물들을 감상하는 호사를 누렸다. 괴이하다고 할까, 아니면 진부한 인식을 갖고 있는 본인이 문제라는 듯 호된 질책을 했다고 할까, 아무튼 상당히 충격이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비현실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에서도 그의 참신함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고 앞으로도 무척 인상이 깊은 경험이었다.
  이런 유명한 작품들과 미술관들이 큰 길에서의 감상 대상이었다면, 작은 골목길에서의 매력을 느끼듯, 아담하면서도 매력적인 작은 미술관들의 소개 역시 무척 즐거운 경험이었다. 스페인에 간다면 유명 작품만 찾아 다니는 것도 좋겠지만 ‘소로야 미술관’이나 ‘세랄보 미술관’같은 아담한 곳 역시 꼭 봐야 할 이유들을 즐겁게 보여주고 있다. 스페인의 모든 것이 유명한 작품들만으로 이뤄진 것이 아님을 이 작품은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을 통해 스페인으로 어서 가서 여행하고 싶은 생각이 났다. 그것도 간절히…

스페인미술, 프라도미술관, 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