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적 환경이 인간의 문화를 지배하나 보다. 그리고 영향을 주기도 하고. 한 번도 가보지 못하고, 단순히 낭만적 공간으로만 사유하고 있는 스칸디나비아 반도 지역을 너무 편헙하게 보는지 모르겠지만, 춥고 황량한 얼음이 지배하는 아이스 지역으로서만 생각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리고 많지 않은 북유럽 국가들 출신의 음악은 어딘지 모르게 내가 생각하고 있는 그런 특성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대중적인 그룹이었던 아바가 있었지만 그래도 그곳 출신들의 음악은 기계음이 지배하고, 단조로우면서도 차라리 후크적인 요소가 지배하는 그런 음악으로서 기억된다. 그리고 바로 그 북유럽의 단조로우면서도 화려하고, 또한 신비한 음악을 Kent에서 들을 수 있다. 
  첫번째 곡인 [Glas Applen]은 무미건조한 북유럽의 바로 그 음악이다. 음의 고저가 거의 없을 정도로 황량하고 단순한 이 음악의 분위기는 차가운 금속성까지 느끼게 한다. 그리고 어딘지 모를 주술성을 지닌 듯, 갈구함을 지니고 있다. 전자음악의 향연처럼 악기의 모든 내용은 철저히 금속성을 지니고 있다. 
  [Ismael]은 북유럽의 전형적인 댄스곡이다. 하우스 곡이라고 할만큼 스튜디오에서 바로 재생되어 나온 단순한 음악은 한국 아이돌의 중독성을 지닌 후크와 같기도 하다. 그러나 어딘지 모를 철학적이고 탐구적인 느낌이 드는 건반악기의 묘한 여운은 차가운 화려함을 뽐내고 있는 것만 같다. 
  [Arlighet Respekt Karlek]은 발라드가 가미된 환상성이 강한 음악이다. 배경음악의 차가우면서도 나른한 구성은 이 노래의 매력을 만들어주는 가장 강한 힘일 것만 같다. 그리고 보컬의 매력이 가장 잘 드러난 것이기도 하다. 차가우면서도 나른한 분위기, 가장 가을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한다. 
  [Ensam Lang Vag Hem]은 몽상성의 극치를 이루는 건반의 매력이 느껴진다. 물방울인 듯 하면서도 차가운 환상성을 만들고 있는 전체적인 구성은 보컬과 묘한 조응을 이루고 있다. 긴장성은 이 노래에서 가장 극명하게 표출되고 있다. 차가운 공포, 이게 느껴진다. 
  자켓에서 보는 적도의 따뜻한 낭만이 지독한 역설로만 느껴진다. 자신의 지역과 정반대를 담은 자켓은 분명 역설이면서도 그들에겐 낭만이자 이상적 공간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음악은 차갑다. 그리고 매우 독특하다. 자신들만의 독특한 색을 만드는 지난한 과정을 Kent는 잘 이루어낸 것 같다. 어딘지 모를 공포감이 깃든 이들의 차가운 음색은 그들의 지역적 특성을 잘 이용하면서 자신들의 세상을 만들고 있다. 똑같은 음악들이 무수히 나오고만 있는 지금, 이런 그들을 처음 만나 무척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