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포함한 대다수 현대인이 가장 자주 털어놓는 고충은 아마도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시간이 부족하다”는 푸념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현대 사회의 경향,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과학과 기술, 급격히 증대되는 정보와 지식 등을 그러한 현상의 주된 원인으로 지적한다. 한마디로, 급속히 발전하는 현대 사회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고 보조를 맞추거나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에 부합하려면,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서 온갖 일들을 처리하고 자기 계발을 조금이라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강박 관념이 작용한다.

 

하지만 『미성숙한 사람들의 사회』의 저자 미하엘 빈터호프는 이와 같은 우리의 상식적인 통념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문제의 근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야 하는데, 우리의 경우는 완전히 헛다리를 짚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 미하엘 빈터호프가 이 책에서 지적하는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빈터호프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문제는 외부적 요인이나 조건(즉, 급속히 발전하는 현대 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는 과도한 요구)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의 상태(외부의 상황이나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힘이나 체질을 갖추지 못한 채 허약해져서 아이의 상태로 퇴행된 우리 자신)에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현대 사회 속에서 생활하는 대다수 현대인의 실태를 정신의학자의 날카로운 시각으로 정확히 진단한다. 저자가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우리 현대인은 이미지를 중시하는 경향 때문에 자신이 정말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감각을 상실하고 외모 지상주의(Lookism)에 함몰되어 사람들의 평판에 좌우되기 십상이며, 과도하게 허용되는 자유의 범위(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선택의 폭) 때문에 자기 결정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결정을 회피하며, 전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의 경제적 풍요 때문에 미래를 위해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약화되어 타인에 대한 배려가 약해지며, 집단적 익명성에 매몰되어 책임을 회피하는, 말 그대로 유아기적 존재로 미성숙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저자는 이처럼 현실도피자, 무사안일주의 은둔자, 결정 회피자, 영원한 어른아이로 퇴행한 우리 현대인에게 ‘성인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금 상기시키는데, 그것은 바로 ‘독립된 인격체가 되는 것’이다. 독립된 인격체가 되기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교육 과정 이수, 경제적 자립, 공간적 자립, 결혼, 출산이라는 다섯 가지 요소가 기본 조건으로 작용한다. 이 다섯 단계를 거치면서 우리는 세상 속에서 자신의 위치와 자리를 획득하며, 진정으로 독립된 인격체가 된다. 이 가운데 어느 한 조건이라도 충족되지 못할 경우에 진정으로 독립된 인격체가 될 수 없음을 감안하면, 한국 사회에서 정말 독립된 인격체로서의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사람이 소수에 불과하다는 현실을 대단히 절감하게 되는데, 오늘날 한국 사회가 다양한 사회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이유도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보면, 비록 저자가 독일인이긴 해도 이 책에 실린 내용은 자신이 독일 사회 전반에서 목격한 보편적 현상을 다양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분석한 것이어서, 한국에 사는 우리에게도 어느 정도 공감이 되는 측면이 적지 않다. 특히 세계화와 국제화의 흐름 속에서 전 세계 국가들이 디지털화되는 경향을 공유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는 이 책이 단순히 독일이라는 한 국가의 내부적 문제만을 다루는 것으로 치부하기도 어렵다. 상식적으로 평가하기에(물론 나의 개인적 편견일 수도 있겠지만) 대단히 근면하고 철저한 독일인들이 오늘날 겪고 있는 사회 문제에 대한 근본 원인을 분석해서 대책을 처방하는 이 책이 고도화된 현대 사회 속에서 힘겹게 버텨나가고 있는 우리에게도 타산지석의 지혜를 줄 수 있다고 생각된다.

 

 

"인터파크도서 신간리뷰단을 통해 제공된 도서로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