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사람마다 떠오르는 인상은 다르겠지만, 나에게 고전은 중요한 도전인 동시에 무거운 과제다. 고전이 ‘중요한 도전’인 까닭은 인문학을 사랑하고 인문학의 가치를 존중하는 나에게 고전이란 인문학의 뿌리여서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기 때문이요, 우리가 가치 있는 삶을 살려면 고전이 제공하는 인류의 지혜와 통찰이 꼭 필요하다는 깨달음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고전이 ‘무거운 과제’인 까닭은 고전이란 대단히 넓은 바다 같아서 어디서부터 항해를 시작해야 할지가 막막하기 때문이요, 그런 고전을 제대로 선별하여 읽고 내 것으로 소화시키는 작업에는 대단히 큰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나는 소위 잘 알려진 유명 작품들을 나름대로 추려내 목록으로 만든 뒤 하나씩 읽어나가는 작업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것은 정말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에서 비롯된 고육책이었다. 하지만 사실상 그런 독서는 체계적이지 못해서 수박 겉핥기식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답보 상태에 있는 나에게, 『세상의 모든 교양, 미술이 묻고 고전이 답하다』(이하 『세상의 모든 교양』)를 읽을 기회가 생겼다. 지금까지 소위 고전을 소개한다고 장담하는 입문서를 많이 접해본 터라, 나는 『세상의 모든 교양』을 읽기 시작했을 때도 큰 기대 없이 무덤덤한 심정이었다. ‘뭐, 분량은 제법 되어 보이지만, 과연 이 책이 고전에 대한 나의 해묵은 갈증을 풀어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머릿속에 스쳤다.

 

『세상의 모든 교양』도 나의 기대에 완전히 미치지는 못해서 조금은 아쉬움이 남았다(사실상 고전의 전체 윤곽을 파악하게 해주는 입문서가 존재할 수 있으리라고 꿈꾸는 나의 생각 자체가 착각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교양』은 대단히 독특한 구성으로 고전에 대한 흥미를 일깨우고 고전을 바라보는 시각을 새롭게 하는 데 있어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 『세상의 모든 교양』은 미술 작품이라는 렌즈를 통해서 철학, 사회학, 문학, 경제학의 고전과 대표적 인물들의 사상을 이해하게끔 유도하는 독특한 구성을 취한다. 즉 『세상의 모든 교양』는 학제간 접근법(interdisciplinary approach)을 사용하여 고전을 좀 더 친숙하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우리에게 제공한다. 아무래도 우리 같은 일반인에게는 난해하고 두꺼운 고전보다는, 미술 작품이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에 한결 수월한 것이 사실이다(물론 벡진스키 같은 초현실주의 작가나 안나 모진스카 같은 추상 미술가의 작품은 일반인의 시각으로는 도저히 헤아릴 수 없지만 말이다). 『세상의 모든 교양』은 이런 현실을 십분 활용하여, 철학과 사회학과 문학과 경제학의 대표적 인물들의 사상을 이해하기 위한 단초로서 여러 미술 작품을 끌어들인다. 『세상의 모든 교양』은 말 그대로 미술과 다른 제 분야와의 융화를 꾀한다.

 

이렇게 독특한 구성을 취하는 『세상의 모든 교양』을 읽으면서, 나는 흔히 전혀 다른 것으로 인식되는 미술의 세계, 미술의 사상과 가치, 미술의 문법이 고전의 세계, 고전의 사상과 가치, 고전의 문법과 일맥상통하다는 진리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고전이나 미술은 결국 사람이 자기 사상을 풀어내는 방식의 차이를 기준으로 나뉘는 구별에 불과하다. 다만 고전은 비교적 표현의 제약이 적은 언어라는 도구를 활용하는 반면, 미술은 그에 비해 표현의 자유와 공간이 한정된 캔버스를 활용하는 것뿐이다.

 

고전에 대한 나의 갈증은 『세상의 모든 교양』을 읽고도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교양』을 읽음으로써 얻은 소득이 있다면, 그것은 지금까지 내가 고집했던 고전에 대한 단편적 이해와 편협한 접근법에서 벗어나, 미술 작품에 대한 분석과 해석을 통해 좀 더 넓고 새로운 각도로 고전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얻게 되었다는 점이다. 『세상의 모든 교양』을 읽기 전에 고전을 바라보던 나의 시각과 『세상의 모든 교양』을 읽고 난 뒤에 고전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은 사뭇 달라졌다. 고전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 뿐 아니라 나의 생각과 인식과 사색의 폭도 조금은 넓어진 것 같다. 이제는 좀 더 너그럽고 한결 여유 있는 자세로, 조금은 느리지만 꾸준하게 고전을 하나하나씩 읽어나갈 수 있을 것 같은 자신이 생긴다.

 

여러 분야에서 위대한 인물로 평가받는 작가들의 세계관과 가치관을 여러 미술 작품과 비교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느긋하게 즐기고 싶다면, 『세상의 모든 교양』을 읽어보면 어떨까? 여러분은 『세상의 모든 교양』을 읽어내려가는 동안 고전을 대하는 자신의 안목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 더 길러진 것을 느끼고 새삼 놀랄지도 모른다.